황대인
KIA 황대인이 16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광주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광주=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산 하나를 넘었더니 더 큰 산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한 번 고비를 넘은 경험이 있어 좌절하지는 않았다. 두려움을 완전히 떨칠 수는 없지만 자신감을 갖고 부딪혀보자는 각오도 다졌다. KIA 세대교체 주역 중 하나로 꼽히는 황대인(23)의 솔직한 심정이다.

지난 201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KIA에 입단한 황대인은 고교(경기고)때부터 ‘제2의 박석민’으로 각광 받았다. 체구(175㎝, 96㎏)는 크지 않지만 다부진 스윙으로 대형 3루수 계보를 이을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첫 두 시즌동안 26경기에서 3홈런 10타점 타율 0.294의 성적을 남긴 뒤 상무에 입단해 지난해 90경기에서 홈런 13개를 쏘아 올리며 가능성을 증명했다. 시즌 막판 어깨를 부상한 것이 발목을 잡아 전역 후 재활에 매진하던 황대인은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함평-KIA 챌린저스필드에서 매일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KIA 야수진에 베테랑이 많고 특히 내야 양쪽 핫코너를 최선참 이범호, 김주찬(이상 38)이 지키다보니 자연스럽게 뒤를 이을 젊은 피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지난해까지 최원준 류승현(이상 22) 등 어린 선수들이 번갈아가며 활약했지만 더 치열한 경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젊은피 사이에서도 메기 효과를 보려면 강력한 대항마가 필요한데 때마침 황대인이 합류했다. KIA 김민호 야수총괄코치는 16일 “(황)대인이를 비롯한 젊은 선수들이 스프링캠프를 통해 튀어 나와야 한다. 외야에서는 이은총, 내야에서는 이창열도 내부 경쟁을 가속화 할 후보로 꼽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군 캠프를 치르는 오키나와행 명단은 대략 나왔는데 대인이는 어깨가 아프다고 해 합류가 불투명하다”고 귀띔했다. 야심차게 복귀시즌을 준비하는 황대인에게 청천벽력 같은 얘기다.

프로필 촬영을 위해 이날 광주-KIA 챔피언스필드를 찾은 황대인은 “어깨 상태는 거의 호전됐다. 트레이닝 파트에서 워낙 관리를 잘 해주신 덕분에 80% 수준까지는 회복됐다. 지금 페이스라면 스프링캠프 시작 무렵에는 정상적으로 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사실 마무리캠프 때 보여준 게 별로 없었다. 황대인은 “어깨를 다친 뒤 재활에 몰두하다보니 몸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마무리 훈련을 갔다.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 훈련에 임하다보니 수비도 타격도 엉망이었다. 그래서 비활동기간에 휴식을 반납하고 몸 상태를 끌어 올리는데 집중했다. 지금은 야구를 해야한다는 생각 뿐”이라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프로 입단 후 군복무를 마칠 때까지 스스로 가장 성장했다고 평가하는 부분이 ‘멘탈’이다. 그는 “사실 나는 아무것도 아닌 선수다. 상무에서 박치왕 감독께서 ‘사회인 야구라고 생각하라’고 자주 조언하셨는데 그 말의 뜻을 알 것 같다. 긴장하거나 조급해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내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혹서기에 낮경기를 치르면서 체력도 좋아졌다. 이제는 최대한 선배님들 옆에서 하나라도 더 보고 배우는 게 중요한 시기”라며 스프링캠프에 참가해야 하는 당위성을 강조했다.

황대인은 “스프링캠프 테마는 ‘아프지 말기’로 잡았다. 안아파야 훈련을 하고 기량이 는다. 기량이 뒷받침돼야 경기에 출전할 자격을 얻고 그 속에서 내 포지션도 생기는 것 아니겠는가. 겨우내 그 준비를 했고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제법 매서운 눈초리에 진심이 투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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