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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에 나선 축구대표팀 왼쪽 풀백 자원인 김진수(왼쪽)와 홍철.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지면 끝나는 토너먼트 일정을 앞두고 조별리그 3경기 무실점 방어를 펼친 건 ‘벤투호’에 안정감을 입히는 또 다른 힘이다.

다만 위협 요소가 있다면 좌우 풀백의 불균형 문제다. 오른쪽엔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 붙박이로 뛴 최선참 이용이 꾸준히 잘하고 있다. 지난 중국전에서는 경고 누적으로 빠진 이용 대신 출전한 김문환이 첫 A매치 선발 데뷔전이 무색할 정도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한때 차두리 이후 오른쪽 풀백 기근 현상에 놓인 한국 축구가 ‘포스트 이용’까지 확실하게 구축한 모양새다. 그러나 왼쪽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번 아시안컵 본선을 앞두고 왼쪽 풀백 자리는 월드컵을 경험한 홍철과 박주호, 부상에서 돌아온 김진수의 ‘3인 경쟁’이었다. 그런데 예상을 깨고 베테랑 박주호가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홍철과 김진수가 선택받았는데, 둘 다 제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를 경험했을 뿐 아니라 K리그 1강 전북 현대 붙박이로 뛴 김진수는 4년 전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 멤버다. 국제대회 경험을 앞세워 단기간에 파울루 벤투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아 박주호를 밀어냈다. 그러나 김진수는 지난해 월드컵을 앞두고 왼무릎 내측 인대를 다친 뒤 장기간 부상과 재활로 시간을 할애했다. 하반기 막바지가 돼서야 소속팀에 복귀했는데 시즌이 끝난 뒤 대표팀에 돌아와 제 경기력을 발휘하는 건 쉽지 않았다. 문제는 아시안컵을 앞두고 울산전지훈련 막바지 홍철까지 왼 발목을 다친 것이다. 벤투 감독은 주치의와 협의 끝에 둘 다 현지에서 회복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여기고 정상 컨디션이 아님에도 김진수와 홍철만을 데리고 갔다.

하지만 조별리그 3경기에서는 부상 여파가 확실하게 느껴졌다. 회복이 덜 된 홍철 대신 김진수가 필리핀과 첫 경기에 나섰는데 특유의 안정적인 수비와 공격에서 정교한 크로스가 자주 나오지 않았다. 필리핀의 개인 전술이 좋은 공격수에게 자주 흔들렸고 크로스도 9차례 시도했지만 1회 성공에 그쳤다. 결국 키르기스스탄전에서는 갓 부상에서 회복한 홍철을 투입했다. 워낙 공격적인 능력이 뛰어나 과거서부터 밀집 수비를 하는 아시아권 팀을 상대로 효력을 본 홍철이지만 기대만큼 활약하진 못했다. 그나마 크로스 성공률이 50%(8회 중 4회 성공)로 김진수보다 나았지만 특유의 얼리 크로스는 한 차례도 없었다.

중국전에는 다시 김진수가 투입됐다. 그러나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스포츠매틱스’ 자료에 따르면 그는 수차례 공격에 가담해 4차례 크로스를 시도했으나 한 번도 유의미한 장면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오른쪽 풀백으로 나선 김문환이 김진수만큼 공격 가담을 많이 하지 않았지만 크로스 시도 2회 모두 성공한 것과 대조된다. 특히 그중 한 번은 전반 손흥민의 동선을 읽고 낮고 빠른 크로스를 배달했다. 결국 손흥민이 중국 수비수로부터 페널티킥을 끌어내며 승리의 도화선이 됐다. 16강 토너먼트서부터는 한 번의 방심이 위기를 초래한다. 그만큼 수비 안정이 최우선이다. 벤투 감독은 수비력에서는 홍철보다 김진수를 더 높게 평가하고 있다. 홍철이 부상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은 시점에서 김진수가 컨디션을 회복해 공수에서 제 역할을 해주는 게 불균형을 해소하는 지름길이다. 16강전까지 닷새간 변화가 있어야 한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