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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박항서 매직이 기적을 만들었다. 베트남이 지난 2007년에 이어 12년 만에 아시아 8강에 올랐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20일 UAE 두바이 알 막툼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16강전 첫 경기에서 중동의 다크호스 요르단과 연장 혈투 끝에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누르고 맨 먼저 8강에 올랐다. 베트남은 동남아 4개국에서 열린 지난 2007년 대회에서 8강에 진출한 적이 있었다. 당시엔 조별리그가 홈 베트남에서 열려 한층 유리했다. 이번엔 다르다. 중동 UAE에서 박항서 신화가 다시 한 번 이뤄졌다.
베트남은 지난 10월 한국 전지훈련부터 시작해 11~12월 스즈키컵과 이어진 북한, 필리핀과 평가전, 그리고 지금 열리는 아시안컵까지 4개월간 쉼 없는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게다가 지난 17일 조별리그 최종전을 레바논과 온 힘을 다해 치른 탓에 체력적으로 힘든 상태다. 반면 요르단은 지난 대회 우승팀 호주, 중동의 라이벌 시리아를 연파해 B조 1위를 일찌감치 확정지은 뒤 16일 팔레스타인전을 편하게 치렀다.
하지만 막상 격돌했을 때 더 활기찬 팀은 베트남이었다. 베트남은 초반부터 볼점유율에서 밀리지 않고 요르단과 맞대응했다. 지난 2017년과 2018년에 아시안컵 예선 맞대결을 통해 2무승부를 기록했던 자신감이 나타나는 듯 했다. 하지만 조별리그 B조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요르단의 저력도 만만치 않았다. 요르단은 전반 19분 야센 바키트의 슛이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 땅을 쳤다. 결국 전반 39분 간접 프리킥 때 바흐 압델라만의 오른발 슛이 기가 막히게 들어가면서 웃었다. 페널티지역 왼쪽 각이 없는 지역이었으나 압델라만의 슛이 대각선을 그리며 반대쪽 골망을 출렁였다.
여기서 물러날 베트남이 아니었다. 후반 6분 스트라이커 응우옌 꽁프엉이 기습적인 오른발 슛을 터트려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것이다. 응우옌 쫑황이 오른쪽 터치라인 부근에서 깊숙하게 올린 크로스를 가운데 있던 꽁프엉이 지체없이 밀어넣어 요르단의 문을 열었다. 조별리그에서 실점이 없었던 요르단이 박항서호에게 처음으로 골을 내줬다.
이후 공방전을 소득 없이 마친 두 팀은 연장전에서도 안정적인 수비를 기반으로 ‘한 방’을 노렸다. 골은 터지지 않았고 베트남과 요르단은 ‘러시안 룰렛’ 같은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행운의 여신이 베트남의 손을 들어줬다. 요르단 2번 키커 바하 세이프의 킥이 골대를 강타하고, 3번 키커 아메드 살레의 킥을 베트남 골키퍼 당반럼이 쳐내면서 승기를 잡았다. 4번 키커 쩐민 브엉이 실축했으나 마지막 키커 부이 티엔 둥이 성공시키면서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이 웃었다.
이날 승리로 박 감독은 지난 2017년 11월 베트남에 온 뒤 1년 2개월 만에 4차례 신화를 썼다. 2018년 1월 U-23 아시아선수권 준우승, 같은 해 8월 아시안게임 4강, 지난 달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 그리고 이번 아시안컵 8강행이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1승2패를 기록, D조 3위를 차지하며 와일드카드를 받은 베트남이 요르단을 따돌리며 이번 대회 파란의 주인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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