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그 매덕스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그레그 매덕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바깥쪽 낮은 패스트볼이 올 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타고투저 현상을 타개할 다양한 방법이 제시되고 있지만 ‘고전은 영원하다’는 말처럼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스프링캠프에서 각 팀 투수들이 귀담아 들어볼 대목이라 눈길을 끈다.

바깥쪽 낮은 패스트볼은 미국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그렉 매덕스(53)의 결정구였다. 그가 던지는 바깥쪽(우타자 기준) 투심패스트볼은 타자 입장에서는 도저히 배트를 낼 수 없는 곳으로 날아오다 홈플레이트 세로변을 아슬아슬하게 스친다. 이 코스를 타자들이 가장 까다롭게 느끼는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눈에서 멀기 때문이다. KBO리그에서 강타자로 명성을 떨치는 거의 모든 타자들이 “몸쪽은 순간적인 대응으로 공략할 수 있다. 어차피 몸쪽 꽉차는 곳으로 언제든 제구할 수 있는 투수도 많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에서 몸쪽 공을 가장 잘 공략하는 한화 김태균은 “몸쪽 낮은 코스로 꽉차게 들어오는 공은 건드려봐야 파울이다. 이런 곳으로 공을 던지는 투수에게는 ‘좋은 공 잘 봤다’고 말한 뒤 쿨하게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면 된다”며 웃었다. 실전에서야 커트를 하는 등 실투를 기다리기 위해 사투를 펼치겠지만 심리적으로 몸쪽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포토]나지완, 만루기회!
KIA 나지완이 19일 대구 삼성전 1회 만루에서 윤성환의 공을 골라내고 있다.|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KIA 최형우 역시 타격훈련 때 타구를 유격수 방향으로 보내는 데 집중한다. 그는 “바깥쪽 공은 잡아 당기면 내야 땅볼이다. 잘 제구된 공은 양쪽 모두 까다로울 수밖에 없지만 둘 중 하나를 꼽으라면 바깥쪽이다. 그래서 오른 어깨를 닫은 상태로 임팩트가 이뤄지는 훈련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눈과 가까운 곳으로 날아올수록 배트로 맞히거나 피하기 쉽다. 프로선수라면 이정도 반응 속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에서 멀어지면 우선 볼과 스트라이크를 구분하는 것부터 어려움을 느낀다. 각 팀 감독들이 “우선상, 우중간으로 장타를 허용하지 말라”고 주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투수가 바깥쪽 보더라인을 꽉 쥐고 있으면 운신의 폭이 한없이 넓어진다. 어차피 ‘맞는 직업’이라 모든 아웃카운트를 잡아낼 수는 없지만, 타자와 수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시작점이자 종점이다. 가령 바깥쪽 낮은 패스트볼로 스트라이크 한 개를 잡아내면 같은 코스로 날아가다 휘어지는 슬라이더나 몸쪽 눈높이로 날아드는 하이패스트볼 등으로 손쉽게 2스트라이크를 잡아낼 수 있다. 커브든 체인지업이든 타이밍을 빼앗을 수 있는 변화구 하나만 있으면 아웃카운트를 잡아낼 수 있다는 의미다. KIA 헥터 노에시가 2017년 20승을 따낼 수 있었던 동력도 이 패턴 덕분이다. KIA 포수 김민식은 “지난해 헥터는 바깥쪽 보더라인 공략에 실패했다. 패스트볼 제구가 안되자 체인지업도 구속이 빨라지고 무브먼트가 줄어 소위 ‘(배트가)나가다가 걸린 경우’가 많았다”고 돌아봤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2001
내셔널리그 챔피언시리즈 1차전에서 애틀란타의 그레그 매덕스(왼쪽)와 애리조나의 랜디 존슨이 첫타자들을 상대로 역투하고 있다. 포수의 미트 위치에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스포츠서울 DB)

올해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반발계수를 낮춘 공인구를 보급할 예정이다. 호쾌한 스윙을 단시간에 버리기는 어렵겠지만 보다 정확하게 맞히려는 타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SK가 각 코스에 따라 대응법을 달리하는 타격이론을 가진 김무관 전 2군 감독을 타격코치로 불러 올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투수에게 더 정교한 제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40일 이상 치르는 스프링캠프는 시즌 준비를 위한 최종 점검 과정이다. 다 떠나 바깥쪽 낮은 패스트볼 하나만 언제든 던질 준비만 해도 선발 10승은 보장할 수 있다. 때로는 기본에 충실한, 아주 단순한 준비가 최대 효율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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