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 탈락
축구대표팀 수비수들이 지난 25일 카타르와 아시안컵 8강에서 결승골을 내준 뒤 허탈해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향하는 빌드업 전술은 효율적인 볼 점유율을 통해 경기를 장악하면서 잦은 기회를 창출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기술과 체력이 온전해야만 효과를 낼 수 있다.

이전에도 스타일은 다소 차이가 있으나 한국 사령탑에 부임해 기술을 접목한 빌드업 축구를 선호한 이들이 꽤 있었다. 그러나 주요 메이저 대회에서는 결국 수비 지향적 축구로 돌아섰고 카운터 어택 위주로 승부를 봤다. 기술을 지닌 풀백 자원의 부족과 더불어 단기 소집을 통해 원하는 수준의 체력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축구 강호들은 체력의 열세를 한 수 위인 기술로 커버하면서 완성도를 끌어올릴 수 있으나 아시아권 팀이 단기간에 빌드업 완성을 시도하는 건 그야말로 ‘운명을 건 도박’이었다. 벤투 감독이 부임 이후 줄곧 외친 ‘후방 빌드업’ 역시 한국 축구가 장기적인 비전을 품고 시도해야할 목표임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코앞으로 다가온 아시안컵에서 즉시 효력을 낼지에는 의문부호가 따랐다. 더구나 벤투 감독은 부임 이후 선발 멤버를 거의 바꾸지 않는 등 보수적 성향을 드러냈다. 당장 핵심 자원 1~2명이 부상으로 빠지거나 체력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며 컨디션 저하 현상을 보이면 경기력이 뚝 떨어졌다. 이번 아시안컵 토너먼트에서도 이런 한계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기술 부족, 체력적인 어려움 속에서 팀 컨디션이 좋지 않은 흔적은 실점 시간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벤투 감독은 부임 이후 치른 12경기에서 6실점 했는데 70분 이후에 4실점 했다. 거의 70%에 육박한다. 지난해 10월 우루과이전(후반 27분)을 비롯해 11월 호주전(후반 추가시간)에 이어 이번 아시안컵 16강 바레인전(후반 32분), 8강 카타르전(후반 33분) 등에서 연달아 비슷한 시간대에 실점을 허용했다. 그만큼 팀 컨디션이 후반 막바지 눈에 띄게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점 중 세트피스(2실점)와 역습(1실점)이 절반을 차지한다. 수세로 돌아섰을 때 힘이 떨어지는 것 뿐만 아니라 정지된 상황에서도 집중력이 결여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어차피 아시안컵은 끝났다. 4년 뒤 카타르 월드컵을 겨냥해야 한다. 갈수록 아시아 팀 간의 실력 차이가 줄어들고 있어 2차 예선이나 최종 예선을 가볍게 준비해선 안 된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도 70~80%의 볼 점유율을 보이면서도 다득점에 성공한 경기가 한 번도 없었다. 즉 빌드업을 통한 점유율에 집착하는 것보다 어떻게 효율적으로 상대 밀집 수비를 파고들지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공세를 펼치는 팀과 격돌하는 월드컵 본선에서는 기술과 체력을 포함한 전체 팀 컨디션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빌드업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를 연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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