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대형마트에서 할인이나 이른바 ‘1+1’ 행사를 할 때, 제품의 가격이 행사 직전에 판매한 가격보다 싸다면 과장 광고로 제재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공정위는 일정 기간에 판매한 가격 중 ‘최저가’를 기준으로 제재 여부를 판단했지만, 이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2부(양현주 부장판사)는 홈플러스와 홈플러스스토어즈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취소 청구 소송에서 이 같은 취지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공정위는 2016년 11월 홈플러스·홈플러스스토어즈와 롯데쇼핑, 이마트 등 대형마트가 각종 행사를 하면서 거짓·과장 광고를 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다. 구매한 물건을 하나 더 덤으로 주는 1+1 행사를 한다고 광고했지만 실제로는 물건을 두 개 산 것과 다름없는 가격을 매겼으므로 과장광고라는 이유였다.

이에 대형마트들이 불복하면서 소송이 이어졌다. 대법원은 지난해 롯데쇼핑과 이마트 등의 1+1 행사가 과장광고라고 판단했다. 실제로는 물건 2개 값을 받으면서 1+1 행사를 한다고 홍보한 것은 위법하며 공정위의 제재가 정당했다는 취지다.

홈플러스의 1심을 심리한 재판부도 이 같은 대법원의 판례를 따랐지만 결론은 달랐다. 1+1 행사로 판매하는 가격과 비교하는 ‘종전거래가격’을 두고, 법원이 공정위와 다른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과장광고를 했다는 이유로 홈플러스를 제재한 공정위는 1+1 행사가 시작되기 전 약 20일간 해당 상품에 매겨졌던 가격 가운데 가장 낮은 가격을 종전거래가격으로 판단했다.

예를 들어 홈플러스는 칫솔 세트를 일주일 동안 세트당 4450원에, 다시 일주일 동안 8900원에 팔다가 엿새 동안 9900원으로 판매했다. 이어 1+1행사를 한다며 두 세트를 9900원에 팔았다.

공정위는 이 가운데 가장 낮게 책정됐던 4450원을 종전거래가격으로 판단하고, 실질적으로 두 세트 가격에 두 세트를 팔면서 1+1 행사를 하는 것처럼 과장광고했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종전거래가격은 공정위 주장과 달리 ‘광고 전 근접한 기간에 실제 판매한 가격’으로 인식하는 것이 통상적”이라며 이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만약 공정위 기준처럼 해석할 경우 사업자들은 일정한 가격을 20일간 유지하지 않고는 원하는 광고를 할 수 없어 사실상 가격 책정의 자율권까지 침해된다”며 “이는 자유로운 가격경쟁이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가격 인하를 억제해 오히려 소비자 후생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공정위가 1+1행사와 별도로 제재한 할인판매 광고에 대해서도 같은 기준을 적용했다. 공정위는 홈플러스가 전단에 적어놓은 할인 상품의 종전거래가격이 앞선 기간의 가격 중 최저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과장 광고라고 봤다.

그러나 행사 직전 가격이 종전거래가격이라고 본 재판부는 총 13종의 상품 가운데 5종은 과장 광고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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