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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진욱기자] “얘들아, 저기를 봐. 저기 밝게 빛나는 상현달 위로 검은 달이 보이지? 저렇게 새달이 오래된 달을 껴안고 올라오면 그 다음날도 맑단다.” 별 이불을 덮고 꿈나라로 빠져드는 손자들을 토닥이며 할머니는 서쪽 하늘의 상현달을 가리켰다.
대개의 경우, 초승달이나 상현달이 보이는 맑은 밤이라도 달의 나머지 어두운 부분을 보기란 그리 쉽지 않다. 이유는 공기 중의 요란(擾亂)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요란이란 기압골이 접근할 때에 생기는 기류나 기압의 불균형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요란이나 기압골 접근에 따라 증가하는 습도는 밤하늘의 물체를 어슴푸레 가리게 된다. 그러나 고기압권 내에서 밤하늘이 맑을 때는 공기가 안정돼 요란이 거의 없고 습도도 낮기 때문에 밤하늘의 어두운 물체를 볼 수 있다. 따라서 할머니의 말씀처럼 ‘새로운 달이 오래된 달을 안고 있는’ 현상을 보았다면 그 다음날은 틀림없이 맑고 안정된 날씨가 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초승달의 한쪽 끝이 좀 더 날카로울 때(잘 보일 때) 날씨는 맑을 것이다’라는 속담도 과학적으로 같은 원리라고 할 수 있다.
달은 그 모양과 위치가 끊임없이 변하기에 때로는 변덕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주기적 본성을 가진 우주 만물의 대표적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히포크라테스로 대표되는 그리스 사상은 더위와 건조함은 남성적인 것이고, 추위와 습기는 여성적인 것이라 여겼다. 따라서 해는 뜨겁고 건조하며 빛을 내고 수태시킬 능력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남성이었고, 달은 춥고 어둡게 느껴지기에 여성으로 여겼다. 여성의 월경주기와 상응하기 때문인지 달을 주관하는 신은 항상 여성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다소 다르게 본다. 북극권의 이누이트 인디언에게 해는 달의 누이이다. 달이 남자라는 것이다. 일본의 신화에서 만신의 어머니인 아마테라스는 해의 여신이다. 생기를 주는 해의 온기에 먹을 것을 주는 여성의 모성을 연관시킨 사고가 동양에서 나타나고 있다. 오히려 태양이 여성으로 그려지고 달이 남성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신라 설화에서도 달은 화랑으로 그려진다. 화랑들의 강함을 외유내강(外柔內剛)과 정중동(靜中動)이 어우러진 달과 같은 모습으로 그리고 있는 것이다.
<케이웨더예보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