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왕 여자골프대회 프로암에서 시타를 하는 두산그룹 박용곤 명예회장. (스포츠서울 DB)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남다른 야구 사랑을 과시했던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이 지난 3일 향년 87세 일기로 별세했다.

박 명예회장은 1932년 서울에서 고(故)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의 6남 1녀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났다. 경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자원해서 해군에 입대해 참전용사로 활약했다. 제대 후 미국 워싱턴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으며 1960년 산업은행에 공채로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두산그룹에는 1963년 동양맥주 평사원으로 입사했고 이후 한양식품과 동양맥주, 두산산업 대표 등을 거쳐 1981년 두산그룹 회장에 올랐다.

상대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고서야 자신의 뜻을 짧고 간결하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적 결단의 순간에도 실무진의 의견에 먼저 귀를 기울였고 다 듣고 나서야 방향을 정했다.

고인은 특히 야구에 남다른 애정을 가졌다. 한국 프로야구 출범 때 가장 먼저 야구단(OB베어스)을 창단했고 어린이 회원 모집도 가장 먼저 시작했다. 1982년 1월부터 10년간 두산 구단주를 역임하면서 ‘화수분’의 근간이 된 2군을 제일 먼저 창단했다. 거동이 불편해진 뒤에도 휠체어를 타고 베어스 전지훈련장을 찾아 선수들 손을 일일이 맞잡았고 이전 시즌 기록을 줄줄이 외우며 선수들을 격려한 일화로도 유명하다. 지난 2008년 4월 17일 77세 희수연 때 자녀들로부터 등번호 77번이 찍힌 두산베어스 유니폼을 받아 들고는 그 어느 때보다 환한 웃음을 지었다.

유족으로는 아들 정원(두산그룹 회장), 지원(두산중공업 회장), 딸 혜원(두산매거진 부회장) 씨 등 2남 1녀가 있다. 빈소는 5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다. 발인은 7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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