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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17년 만에 코리안 빅리거의 개막전 선발 등판이 이뤄질 것인가.
아직 확신하기는 이르다. 그래도 유력한 후보임은 분명하다. LA 다저스 류현진(32)의 개막전 선발 등판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클레이턴 커쇼가 가까스로 불펜피칭을 재개했고 신성 워커 뷸러 또한 아직까지 실전을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개막전 선발투수 후보로 직접 언급했던 리치 힐은 18일(한국시간) 밀워키와 시범경기에서 4.2이닝 8피안타 3실점으로 고전했다. 시즌 시작까지 약 열흘 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스프링캠프 진행 상황만 놓고 봐도 류현진의 개막전 선발 등판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무엇보다 플랜A를 실행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모두가 다저스의 개막전 선발투수로 커쇼를 예상했고 로버츠 감독 또한 스프링캠프 첫날부터 커쇼의 9년 연속 개막전 선발 등판을 확정지었다. 그러나 커쇼는 캠프 기간 어깨 통증으로 3주 가량 공을 던지지 못했다. 18일 다시 마운드에 올라 불펜피칭에서 38개의 공을 던진 커쇼는 이틀 후 불펜피칭 혹은 라이브피칭에 들어갈 계획이다. 선발투수가 6이닝·100구 이상을 소화하기 위해선 최소 세 차례 실전에 임하며 실전 체력을 끌어올리는게 일반적이다. 커쇼가 정상적으로 개막전에 나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뷸러 또한 다저스 구단의 관리 속에서 천천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뷸러 역시 개막 첫 주 로테이션 합류가 쉽지 않다.
힐과 류현진, 마에다 겐타, 훌리오 유리아스 등이 개막 로테이션에 들어갈 예정인 가운데 힐과 류현진 중 한 명이 개막전을 책임질 가능성이 높다. 덧붙여 지금까지 시범경기 성적만 놓고 보면 유리아스(1.00)~류현진(1.80)~겐타(2.70)~힐(3.27) 순서로 방어율이 낮다. 그런데 유리아스 또한 뷸러처럼 구단으로부터 안전운행 지침이 떨어졌다. 어깨 수술 후 첫 풀시즌에 임하는 만큼 무리시키지 않는다는 게 다저스의 방침이다. 류현진은 시범경기 네 차례 선발 등판에서 단 하나의 볼넷도 내주지 않았고 세 경기에서 무실점 피칭을 했다. 구위와 제구력 모두 당장 시즌에 들어가도 문제없는 컨디션이다. 2019시즌에 구사할 구종도 정리했다. 슬라이더를 추가할 계획이었으나 시범경기서 제구에 애를 먹은 탓에 지난시즌처럼 포피치(포심 패스트볼, 컷패스트볼, 체인지업, 커브)로 새 시즌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어느 때보다 순조롭게 개막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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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오는 29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애리조나전에 나서면 코리안 빅리거로는 2002년 텍사스의 박찬호 이후 처음으로 개막전 선발투수가 된다. 당시 박찬호는 텍사스와 맺은 5년 6500만 달러짜리 프리에이전트(FA) 계약 첫 해 첫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다저스 소속이었던 2001년에는 밀워키와 다저스타디움서 열린 개막전을 책임지기도 했다. 1선발이었던 케빈 브라운이 부상으로 개막전 등판이 불발되면서 박찬호의 개인 통산 첫 번째 개막전 등판이 이뤄진 것이다. 기념비적인 개막전 등판에서 7이닝 7탈삼진 무실점으로 팀의 1-0 승리를 이끌며 선발승을 거뒀다. FA 계약을 앞둔 시점에서 박찬호는 2년 연속 200이닝 이상을 소화하고 200탈삼진 이상을 기록한 빅리그 특급 선발투수였다. 올시즌이 끝난 뒤 FA로 풀리는 류현진도 18년 전 박찬호와 같은 장소에서 가볍게 출발점을 찍을 수 있다.
개막전 선발투수는 여러모로 큰 의미를 지닌다. 시즌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공을 던지며 로테이션상 소속팀 선발투수 중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한다. 2001년의 박찬호 또한 리그에서 가장 많은 35차례 선발 등판을 이뤘다. 이 때문에 선발투수라면 누구나 개막전 등판을 희망한다. ML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투수들만 돌아봐도 10차례 이상 개막전 선발 등판 경력을 지닌 이들이 대다수다. 로버츠 감독이 쉽게 개막전 투수를 밝히지 못하는 것도 커쇼를 향한 예우 측면이 크다. 류현진은 빅리그 첫 해였던 2013시즌과 이듬해인 2014시즌에는 두 번째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KBO리그에선 총 다섯 차례(2007, 2008, 2009, 2011, 2012시즌) 개막전 선발투수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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