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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한류의 한축을 이루는 K드라마, 그리고 K예능은 과연 누구를 최고로 꼽을까.
배용준과 최지우를 주인공으로 한 KBS2 드라마 ‘겨울연가’가 국내 방송을 한 이듬해인 지난 2003년 일본 열도를 강타하면서 K드라마의 새 시대가 열렸다. 이후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안방극장의 대세 배우들을 묶어 4대천왕으로 언급하던 게 몇 차례나 바뀔 만큼 여러 해가 지나도록 K드라마는 한류의 핵심으로 여겨질 만큼 호황을 누렸다. 지난 2016년 촉발한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이 있기 전까지 SBS ‘별에서 온 그대’(2014)와 KBS2 ‘태양의 후예’(2016) 등이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며 K드라마의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다.
중국 한한령 분위기 속에 예전만은 못하지만, 여전히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며 다양한 활로를 모색하는 K드라마의 현재를 대표하는 얼굴은 과연 누굴까. 스포츠서울이 지난달 25일부터 31일까지 방송, 영화, 가요 등 엔터테인먼트 각 분야 콘텐츠 제작자, 기획사, 프로듀서, 홍보·마케팅 등 전문가 100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K드라마의 현재를 이끌고 있는 톱 플레이어들을 알아봤다.
또한, 포맷 판매 혹은 아이돌 가수의 출연 등으로는 해외에서 관심을 받지만 프로그램 자체의 인기나 폭발성은 실감하지 못했던 예능도 지난 2013년 SBS ‘런닝맨’이 베트남을 시작으로 해외에서 남다른 반응이 있다는 소식을 전하며 ‘예능의 한류’을 점치게 됐다. 지난해에는 넷플릭스 ‘범인은 바로 너’가 선보여지기도 하는 등 이제는 국내 예능도 더 큰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예능에서는 전문가들이 꼽은 톱 플레이어가 누굴까 ‘한류진단, 전문가 100인에 물었다’를 통해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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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드라마=톱3 송중기·김수현·공유, 그리고 김은숙
전문가 100명에게 가요, 드라마, 영화 등 분야를 망라해 한류를 대표하는 얼굴을 꼽아달라는 문항에서 현재 미국 본토를 비롯해 세계를 누비고 있는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이 86표를 얻으며 압도적이었지만, 송혜교와 김은숙 작가(이상 2표), 드라마 ‘도깨비’와 송중기, 박보검(이상 1표) 등도 이름을 올리며 K드라마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뒤이어 드라마 한류의 현재를 이끄는 플레이어 톱3가 누굴까 묻는 질문에서 총 47명의 이름이 언급됐다. 누구나 알만한 배우부터 작가와 PD, 그리고 제작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름이 등장했고, 내로라 하는 톱스타임에도 한표에 그치는 사람이 무더기로 나왔다. 밤하늘의 은하수처럼 많은 배우들이 ‘한류스타’라는 수식어를 달고 K드라마를 풍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한류스타들간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도 알 수 있는데, 그중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주인공은 배우 송중기(37표)다. 송중기는 군전역 후 복귀작으로 선택한 ‘태양의 후예’으로 한류스타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게다가 송중기는 K드라마를 이끌 차세대 플레이어 톱3 문항에서도 3표를 얻으며 공동 7위에 랭크됐다. 드라마 한류의 현재를 대표하는 얼굴로 꼽힌 송중기는 향후 몇년간은 더 자리를 굳건히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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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와 3위에는 25표를 얻은 김수현과 22표의 공유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 박보검은 21표를 얻어 4위에 랭크됐는데, 차세대 플레이어 톱3에서는 당당히 1위(13표)를 차지했다. 박보검은 현재 강력히 떠오르는 한류스타이자 K드라마의 앞으로를 이끌 차세대 주자로 꼽히고 있는 것이다. 차세대 플레이어 명단에서는 박보검을 뒤이어 남주혁(12표), 정해인(11표), 장기용(9표), 박서준(7표) 등이 차례로 순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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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 중에서는 송혜교가 17표(공동5위)로 전지현(7위·16표)을 한 표차로 제치고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 차세대 플레이어 톱3 문항에서는 이지은(아이유, 5표·6위)와 김태리(3표·공동7위)가 여성 주자로서 10위권 안에 들었다.
한류를 대표하는 얼굴로도 몇몇 인사들에게 선정됐던 김은숙 작가는 드라마 한류의 현재를 이끄는 톱3 문항에서 8위(10표)에 오른 것은 물론, 드라마 한류를 이끄는 톱제작자를 묻는 질문에서는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50표)에 이어 2위(24표)에 이름을 올렸다. 김은숙 작가와 ‘태양의 후예’부터 tvN ‘도깨비’에 이어 ‘미스터 션샤인’까지 함께 하며 스타PD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이응복 PD는 그 뒤를 이어 3위(21표)가 됐다. KBS2 ‘성균관스캔들’부터 tvN ‘미생’, ‘시그널’, ‘나의 아저씨’ 등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원석 PD는 11표로 4위, ‘별에서 온 그대’를 집필한 박지은 작가는 9표로 5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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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예능=톱3 유재석·이광수·강호동, 그리고 나영석
예능 부문 톱 플레이어를 선별하는 문항에서는 소위 국민MC로 꼽히는 스타들이 대부분 순위권 안에 들며 표심을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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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예능을 이끄는 톱 플레이어로는 유재석이 61표를 얻으며 1위에 랭크, ‘유느님’이라는 별칭이 무색하지 않게 맹위를 떨쳤다. 2위는 배우 이광수(30표)가 차지해 눈길을 모은다. 유재석과 함께 ‘런닝맨’에서 활약하는 그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팬이 급증, ‘아시아 프린스’라는 애칭이 생기는 등 예능에서는 손꼽히는 한류스타로서 전문가들의 인정을 받는 것으로 볼 수 있다. 3위 강호동(27표)에 이어서는 김종국이 18표로 4위를 차지했다. 김종국 역시 유재석, 이광수와 함께 ‘런닝맨’ 멤버이고, 또 다른 멤버인 하하는 5표로 역시 5표를 얻은 ‘런닝맨’과 함께 공동11위에 랭크됐다.
톱 플레이어를 꼽아달라는 문항임에도 프로그램명들이 많이 언급되는 것이 드라마 부문과는 비교가 되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상위권을 차지한 ‘런닝맨’은 물론, 비록 한표씩밖에는 득표하지 못 했을지라도 MBC ‘무한도전’, KBS2 ‘불후의 명곡’, ‘해피투게더’, ‘1박2일’, 엠넷 ‘프로듀스101’ 시리즈 등이 전문가들의 선택을 받으며 예능 한류에서 프로그램 자체의 힘을 알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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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PD 나영석은 예능 한류를 이끄는 톱3 명단에서도 8표로 공동5위를 차지한데 이어 예능 제작자 톱3 선별 명단에서는 무려 63표를 얻으며 정상에 섰다. ‘무한도전’으로 유명한 김태호 MBC PD가 39표로 2위, KBS2 ‘1박2일’과 ‘최고의 한방’의 유호진 PD와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를 만든 여운혁 현 미스틱스토리 영상사업부문장 사장은 각각 6표로 공동3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 문항에서 SM으로 답한 응답자가 4명, SM C&C로 답한 사람이 4명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SM은 국내 최대 기획사이자 다수의 K팝스타를 보유하고 있고 최근 웹예능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자회사인 SM C&C는 강호동, 신동엽, 이수근, 김병만, 전현무 등 쟁쟁한 예능인들이 대거 모여 있다. 현재도 다양한 예능에서 각사의 소속 스타들이 함께 하는 모습으로 시너지를 내고 있는 것처럼 두 회사의 표를 하나로 합치면 금세 순위가 3위로 올라간다.
K예능을 이끌 차세대 플레이어로는 양세형이 21표로 1위를 차지했고, 박나래는 3표차로 2위가 됐다. 3위는 이승기(9표)가 전현무를 한표차로 제치고 이름을 올렸다. 이광수, 조세호, 황광희는 각각 7표로 공동5위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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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드라이브, ‘공생’의 스타 콘텐츠가 핵심
100인 설문결과 ‘한류의 성장 동력과 강점, 경쟁력 2가지를 꼽아달라’는 항목에서 콘텐츠 기획력(69.8%)가 가장 높은 표를 차지했던 것처럼 K드라마와 예능 분야에 해당하는 전문가들의 답변만 추출한 자료에서도 비슷한 결과(
그래픽)가 나왔다.
선택할 수 있는 보기로 ▲아티스트의 스타성 ▲체계적인 스타 양성 시스템 ▲한국만의 콘텐츠 제작환경 ▲콘텐츠 기획력 ▲제작사·기획사 등의 적극적인 진출 ▲타문화에 대한 해외의 호기심 ▲기타 등이 제시된 가운데, 방송사와 방송 외주제작사 소속 전문가 22명은 콘텐츠 기획력을 가장 많이 꼽아 60.5%를 차지했다. 그 뒤로는 체계적인 스타 양성 시스템(52.4%), 아티스트의 스타성(38.1%), 제작사·기획사 등의 적극적인 진출(23,8%)이 한류 동력에 중요한 요소로 봤다. 이 같은 결과는 배우 매니지먼트사 소속 15명의 응답과도 유사하다. 이들도 콘텐츠 기획력(86.7%), 체계적인 스타 양성 시스템(46.7%), 아티스트의 스타성(46.7%)을 중요하게 봤다.
그러나 제작사·기획사 등의 적극적인 진출과 한국만의 콘텐츠 제작환경 등에 대한 생각에 있어서는 의견이 갈린다는 사실을 볼 수 있다. 방송사와 외주사 소속 응답자들은 배우 매니지니먼트사 응답자들에 비해 제작사·기획사 등의 적극적인 진출에 대한 답변이 10%포인트차로 높았다. 각 회사들의 해외 진출의지가 강했던 만큼 한류가 적극적으로 생성됐다고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한국만의 콘텐츠 제작환경에 대해 방송사와 외주사에서는 23.8%의 의견을 보인데 반해 배우 매니지먼트사에서는 단 한 표도 주지 않았다. 제작 시스템이 강점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에 있어서 양측이 확실히 생각이 다른 것이다. 대중들의 호응을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동시에 살인적인 스케줄이라고 표현될 만큼 열악한 조건이라고 토로하는 국내 방송 제작 실정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으로 반목할 수 있는 사항이어서 자칫 한류의 동력을 잃게 하지는 않을지 눈여겨 보게 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우려의 시선을 거두고 안도할 수 있는 고무적인 상황이라는 것도 설문결과로 알 수 있었다. 방송사나 외주기획사에서 좀더 많은 역할을 하는 콘텐츠 기획력에 대해 배우 매니지먼트사가 절대적인 신뢰감을 보이고 있고, 방송사와 외주사들은 배우 매니지먼트사의 역할도 상당 부분 인정하고 기대고 있다는 사실이 도출됐기 때문이다. 배우 매니지먼트사에서는 90%에 육박하는 비율로 콘텐츠 기획력에 방송사와 외주사보다 훨씬 더 많은 표를 주었고, 방송사와 외주제작사들은 체계적인 스타 양성 시스템에 있어서 배우 매니지먼트사보다 더 큰 비율로 투표했다는 사실을 보면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결국 스타 파워를 더한 양질의 콘텐츠가 한류에 힘을 싣는 키포인트로 볼 수 있다. 이를 모르지 않는 방송사, 방송 외주 제작사, 스타 매니지먼트사들이 서로간의 이해를 나누며 ‘공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게 지금의 K드라이브에 가속을 붙일 수 있는 필수요건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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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