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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룡이 가와사키 매치데이 매거진 표지모델로 등장했다. 가와사키 | 김현기기자

[가와사키=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준비 중.’

지난 23일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가와사키-울산전을 앞두고 경기 장소인 도도로키 육상경기장 앞 구단 야외 상점을 찾았다. 구단에서 선수별 머플러를 제작해 팔고 있었는데 어느 새 등번호 1번 정성룡에 ‘준비 중’이란 딱지가 붙었다. 다 팔려 없다는 뜻이었다. 팬들은 “가와사키 약점이 골키퍼였다. 이렇게 3년 반을 뛰는 골키퍼는 최근에 정성룡 말고는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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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룡 머플러. 가와사키 | 김현기기자

그는 한국 축구 골키퍼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선수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이운재를 제치고 주전을 꿰차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행을 이끌더니,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도 와일드카드로 동메달을 따냈다.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을 아니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선 지금도 기억되는 알제리전 2-4 충격패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후 소속팀 수원을 떠나 2016년 J리그 가와사키 입단을 통해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입단 첫 해 가와사키의 FA컵 준우승을 이끈 그는 2017년과 지난해 J리그 2연패 주역이 됐다. 가와사키는 그 동안 우승과 거리가 멀었으나 정성룡이 온 뒤 뒷문이 탄탄해지면서 첫 우승과 2연패를 연달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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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룡이 23일 울산전 뒤 한국 취재진과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가와사키 l 김현기 기자

최근 김승규 권순태 김진현 구성윤 등 한국 골키퍼들이 줄줄이 일본에서 뛰고 있지만 선두 주자는 역시 정성룡으로 볼 수 있다. J리그 두 차례 우승에 이어 지난해엔 베스트 골키퍼상까지 탔기 때문이다. 마침 울산전 매치데이 매거진의 포지 모델로 정성룡이 등장하는 등 가와사키에서도 그의 기량과 역할을 인정하고 있다. 선수들과 친분도 좋아 24일 두 팀이 2-2 무승부를 기록한 뒤엔 울산 선수들이 그에게 와서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김도훈 울산 감독은 정성룡을 보자 “울산에 와~”라고 말한 뒤 웃었다. 정성룡은 “지난 번(4월10일 울산 홈 경기)엔 ‘기다리고 있다’고 하셨는데…”라며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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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룡 머플러가 울산전 앞두고 다 팔려 구단에서 ‘준비 중’이란 공지를 내걸었다. 가와사키 | 김현기기자

가와사키는 ACL H조에서 승점 4를 기록, 울산(승점 8), 상하이 상강(승점 5)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16강행을 위해선 지난해 중국 슈퍼리그 우승팀 상하이 상강을 홈 5차전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일본이지만 해외에서 J리그 우승도 했다”는 정성룡은 “베스트 골키퍼상도 탔다”는 취재진의 말에 “아니다, 실력이 아직은…”이라며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그는 “이게 다가 아니다. ACL 아직 남아 있고 못 해본 것 해보고 싶다”며 가와사키와 아시아 무대 정상에 오르고 싶은 마음을 드러냈다. 정성룡은 지난 2010년 성남에서 ACL을 제패한 적이 있다. 그는 “일단 조별리그 통과를 해야 한다. 남은 두 경기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토너먼트에 올라 또 다른 K리그 구단과의 리턴 매치를 기약했다.

김현기기자 silv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