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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두산 정수빈이 사구에 쓰러졌다. 흥분한 두산 김태형 감독은 롯데 선수단에 폭언을 해 징계를 받았다. 사구의 고의성 여부를 놓고, 김 감독의 폭언이 정당했는지를 놓고 설왕설래다. 반목과 불화의 파열음이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 28일 잠실구장에서 큰 일이 벌어졌다. 롯데 구승민이 던진 공에 정수빈이 등 부위를 맞았고, 김 감독과 롯데 양상문 감독이 설전을 벌였다. 김 감독은 정수빈 상태를 살피기 위해 나온 상황에서 롯데 공필성 수석코치에게 욕설을 한 정황이 포착됐다. 김 감독은 구승민에게도 막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확인되지 않았다. 양 감독까지 흥분해 그라운드로 나오면서 양 팀 선수들의 홈플레이트 부근에 모이는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났다. 감독들은 경기 중 상대팀 플레이가 못마땅할 때 작전으로 신경전을 벌이지만 사령탑 사이의 갈등이 벤치클리어링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KBO는 30일 상벌위원회를 개최하고 상대팀 선수단에 욕설 등의 폭언을 한 김 감독에게 KBO 리그규정 벌칙내규에 의거해 20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하고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폭언을 한 롯데 양 감독에게는 엄중경고 조치했다.
구승민이 정말 정수빈에게 고의성 사구를 던졌는지는 선수 본인만 안다. 현장에선 투수가 고의로 맞추려고 하는 경우 선수나 심판이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심증(心證)이다. 이번 정수빈 사구 역시 두산 쪽은 고의성이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왜 고의성이 있다고 본 것일까. 롯데는 스윕패(3연전 전패) 위기에 놓였던 상황이고 정수빈에 앞서 정병곤 역시 투구에 맞았다. 오해를 살 수는 있다. 그러나 고의성이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김 감독의 막말 역시 정당화될 수 없다.
이번 사태에서 위험천만한 사구와 감독의 막말 논란에 가려진 핵심 키워드가 ‘보복’이다. 야구에서 상대가 불문율을 어기는 플레이를 할 때나 상대로부터 무시당했을 경우 보복을 가한다. 주로 타자들이 타깃이 된다. 그래서 빈볼이란 말이 나오고 벤치클리어링을 야기한다. 김 감독 역시 보복성 플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화를 참지 못하고 해서는 안될 말까지 입에 담은 것이다. 보복이란 전제 조건이 없었다면 김 감독이 상대 코치와 선수에게 화낼 일도 없었다. 김 감독의 폭언에 한 관계자는 “김 감독은 뭐하러 그라운드까지 나가 욕을 해 징계까지 받는지 모르겠다. 다음 공격 때 그대로 갚아주면 될텐데 괜히 말로 해서 궁지에 몰린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보복성 플레이를 논했다. 야구계에 보복성 플레이가 당연하게 여겨지고 만연해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멘트다.
실제 현장에선 보복성 플레이가 팀을 단합시키는 촉매제로 여겨진다. 하지만 단합이라는 명분으로 절묘하게 포장된 악습이자 구태(舊態)다. 보복성 플레이는 당한 만큼 되돌려준다는 단순한 논리에서 시작된다. 보복은 또 다른 보복을 낳고 야구를 지저분하게 만든다. 당장 눈 앞의 승부에만 함몰돼 팬은 돌아보지 않게 되는 경우도 있다. 당장 롯데와 두산의 다음 만남에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롯데도, 두산도 보복에 눈이 먼다면 또 볼썽사나운 일이 벌어질 수 있다. 하지만 더 많이 때린 쪽이 승자도, 더 많이 맞은 쪽이 패자도 아니다. 팬들이 원하는 야구는 그런 야구가 아니다. 서로를 노리는 ‘보복’은 사라져야한다. 낡고 잘못된 가치는 물에 젖은 피륙처럼 불편하게 느껴야 한다.
야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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