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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동 포항 감독이 지난 4일 동해안 더비 울산전에서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포항과 제주가 사령탑을 교체한 뒤 첫 단추를 잘 뀄다. 포항은 김기동 감독 취임 뒤 2연승을 달리며 순위가 순식간에 6위까지 치솟았다. 제주도 최윤겸 감독 부임 하루 반 만에 그토록 고대하던 시즌 첫 승을 챙겼다. 두 팀은 올해 4강 후보로 거론될 만큼 선수단 구성이나 짜임새가 좋다. 정상궤도에 오를 수록 1부리그도 더욱 흥미진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두 팀 공통점이라면 전임 감독과 결별한 뒤 정식 사령탑을 바로 데려왔다는 점이다. 포항의 경우, 최순호 전 감독 퇴진과 함께 김 감독이 바통을 물려받는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다만 대행 기간을 거칠 것으로 여겨졌는데 포항 구단은 생각을 바꿔 김 감독에게 2020년 12월까지 1년 8개월 임기를 부여했다. 제주도 조성환 전 감독과 계약 종료를 발표한 뒤 다음 경기가 이틀도 남지 않았지만, 임시감독 두지 않고 바로 최 감독을 데려왔다.

K리그의 ‘못된 습관’ 중 하나가 바로 감독대행 체제다. 물론 감독이 갑자기 물러나면 구단 내에 있던 다른 지도자가 1~2경기 임시 지휘봉을 잡을 수 있고, 이는 유럽 빅리그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문제는 우리의 경우, ‘대행’을 악용하는 경우도 많았다는 점이다. 4~5월에 감독을 내보낸 뒤 코칭스태프 중에 대행을 세워 시즌 끝까지 6~7개월을 끌고 가는 상황은 부지기수다. 새 인물을 데려오면서 “감독대행으로 1년 계약한 뒤 정식 감독 승격을 결정하겠다”고 버젓이 발표하는 구단도 있었다. 수석코치 체제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K리그다. 대행 체제가 항상 나쁘다고 할 순 없다. 챔피언결정전까지 간 2009년 신태용 대행 사례도 있고, 2012년에 무너져 가는 구단을 살려낸 최용수 대행 사례도 있다. 최근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가 화제다. 올레 군나르 솔샤르 임시감독 아래서 승승장구하던 구단이 솔샤르 감독의 정식 사령탑 취임 이후 무너졌기 때문이다. 감독의 지위보다는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역설하는 구단 행정가들도 있다.

그러나 감독대행 혹은 임시감독의 직함 아래서 지도자가 제 역량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스포츠도 결국 사람들이 뭉쳐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다. 갈수록 선수들의 영향력이 강해지는 게 프로구단의 생리다. 리더가 언제 하차할 지 모르는 임시직인데 선수들이 그를 바라보고 따라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최순호 전 감독도 갑자기 경질되는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후임을 대행이 아닌 정식 감독으로 세워달라. 그래야 팀이 빠르게 바로잡힐 수 있다”는 말을 구단에 전했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포항과 제주이 반전 실마리를 찾은 것은 다른 구단에도 현 감독과 결별했을 경우, 팀을 어떻게 정비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내놨다고 할 수 있다. 해외 구단의 경우 시즌 중 다른 팀 감독을 빼오는, 우리 생각으론 이해할 수 없는 일까지 벌이면서 리더십 빈 틈 메우기를 진행한다.

지금 K리그에 감독 없는 곳이 바로 인천이다. 구단 레전드인 임중용 코치가 대행으로 3경기를 지휘했다. P급 라이선스가 없어 내달 중순 안엔 새 감독을 찾아 세워야 하는데 이미 3경기도 많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레전드’라는 말은 대행체제의 문제점을 감추기 위한 눈속임일 뿐이다. 빠른 새 감독 선임이 필요한 이유다.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