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23일 서울중앙지검에서 권순정 형사2부장이 가습기살균제피해사건 2차 수사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스포츠서울 김자영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태 재조사에 착수한 검찰이 제조·판매사인 SK케미칼과 애경산업 등 관련 책임자 수십명을 재판에 넘기며 수사를 마무리했다. 지난 2011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태가 불거진 지 8년여만이다. 이번 재수사를 통해 지난 2016년 첫 수사 당시 증거 불충분으로 법망을 빠져나간 관계자들이 모두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는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SK케미칼, 애경산업, 이마트 등의 임직원 34명을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검찰은 재수사를 통해 SK케미칼 홍지호(68) 전 대표 등 4명, 애경산업 안용찬(60) 전 대표 등 5명, 필러물산 김모(57) 전 대표 등 2명, 이마트 전직 임원 2명, GS리테일 전 팀장 1명, 퓨엔코 전직 임원 2명 등 총 16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을 원료로 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SK케미칼, 애경산업, 이마트 등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여왔다.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원료로 가습기 살균제를 만든 옥시, 롯데마트, 홈플러스 책임자들은 2016년 검찰의 첫 가습기 살균제 수사 때 기소돼 최고 징역 6년의 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CMIT·MIT 원료물질의 경우 정부가 유해성을 뒤늦게 인정하면서 제조·판매 기업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시민단체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등이 지난해 11월 SK케미칼, 애경산업. 이마트 전·현직 임직원들을 업무상 과실치사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환경부가 관련 연구자료를 검찰에 제출하면서 수사가 재개됐다.

검찰의 재수사 결과 이들은 CMIT·MIT를 사용한 가습기살균제 ‘가습기 메이트’ 등을 개발·제조·판매하면서 안정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아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또 조직적인 증거인멸 현황도 드러났다. SK케미칼은 안정성 부실 검증 사실이 확인되는 핵심 자료인 서울대 흡입독성 시험 보고서를 숨겼으며, 애경산업과 이마트 등은 직원들의 PC나 노트북을 은닉한 혐의 등을 받는다.

옥시가 만든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등의 원료물질로 쓰인 PHMG을 원료로 공급한 SK케미칼 전 직원 최모 씨 등 4명도 재판에 넘겨졌다. 또 환경부 내부 정보를 누설하고 증거인멸을 교사한 환경부 서기관을 불구속기소하고,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소환 조사 무마 등 알선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양모 씨를 구속기소했다. 다만 검찰은 고발 대상에 포함됐던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확인되지 않아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한편 특조위는 검찰의 재수사 결과에 대해 “수사 결과를 환영한다”면서도 일부 기업과 정부 책임에 대해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특조위는 “다이소 등 CMIT·MIT 제조 판매 기업의 과실이 규명되지 않은 점과 LG생활건강이 사용한 염화벤잘코늄(BKC), 이염화이소시아뉼산나트륨(NaDCC) 등을 활용해 제조·판매한 업체들의 수사가 진행되지 않은 점, 옥시 영국 본사와 외국인 임직원 수사가 진행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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