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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배우근 기자] 당구는 팔을 이용하는 스포츠다. 그런데 양팔이 없는 선수가 있다. 이강우(49) 선수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16일 열린 제39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남자 3구단식 종목에 충북대표로 참가했다. 그는 오른팔에 달린 갈고리로 큐대를 잡았다. 큐 걸이는 발을 이용했다. 왼발을 당구대 위에 올려 발가락 사이에 당구 큐대를 얹고 스트로크를 했다. 두 팔이 없지만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내 당구선수로 제 2의 삶을 살고 있다.
이 씨가 장애를 가진 건 20대 초반 군대에 있을 때 였다. 대민지원을 나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옥수수 수확 대민 지원을 나갔다가 작업 중인 콤바인에 양 팔을 잃었다. 실의에 빠져있던 그가 당구를 시작한 계기는 친구 덕분이다. 당구장을 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사고 이전에 4구를 400정도 치던 이씨에게 큐를 권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당구를 시작한 이 씨는 매일 5시간 이상 훈련에 몰두하고 있다. 전국대회에서 수차례 입상도 했다.
그는 이날 경기에 앞서 “쟁쟁한 선수들이 많이 늘었다. 경쟁이 심해 성적을 예상하기 힘들다”라고 방싯했다. 스탠딩 당구 종목에 출전하는 장애인 선수들은 대부분 자신의 팔을 사용해 경기를 풀어간다. 장애인 당구 선수가 늘어나며 스탠딩 종목에서 양 팔을 쓰지 못하는 이씨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당구 인기가 올라가면서 그를 향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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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에 대해 “주변에서 많이 놀라기도 하고, 이전엔 많이 신경을 썼는데 지금은 괜찮다. 비장애인에겐 신기할지 몰라도 내게 당구가 일상이다. 어떤 사람들은 오버한다고도 하나 장애는 장애일뿐이다. 민망하다”라며 “당구를 취미로 시작했다. 내가 즐거움을 찾는 의미로 치는데 주변에서 특별한 의미를 담으려 하니 부담스럽다. 거창하게 할 말은 없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나 당구가 가진 장점을 말할 때는 눈빛을 반짝였다. 그는 “장애가 생기면 자괴감에 빠지고 집에만 있게된다. 사람을 만나고 세상밖으로 나와야 하는데 당구가 큰 도움을 준다. 당구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접근성이 좋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 다른 스포츠는 코칭이 필요하지만, 당구는 동영상 자료가 많고 보편화된 종목이라 주변에 고수도 많아 배우기도 용이하다”라며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kenny@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