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배우 김주리(32)가 ‘미스코리아’ ‘발레’ 등 자신에게 붙은 꼬리표를 떼고 연기자로서 인정받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김주리는 최근 종영한 KBS2 일일극 ‘태양의 계절’을 통해 시청자와 만났다. ‘태양의 계절’은 서로를 속고 속이는 수 싸움과 배신으로 점철되는 양지그룹 ‘제왕의 자리’, 그로 인해 희생된 한 남자의 비극적인 복수극.

극중 수십조 원대 재벌그룹의 무남독녀 홍지은 역을 맡게 된 김주리는 뻔뻔하지만 어딘가 허당기 있는 모습에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악역으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양지그룹 최광일(최성재 분)을 사랑했지만 자신의 청혼을 거절하고 윤시월(윤소이 분)과 결혼하자, 박민재(지찬 분)와 충동적으로 결혼한다. 이후에도 최광일에 대한 마음을 놓지 못하며 윤시월과 충돌한다.

종영 후 만난 김주리는 드라마 속 도도해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웃음이 많고 솔직함이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새침떼기 같다, 까칠하고 친해지기 어려울 거 같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실제로는 털털하고 엽기적인걸 좋아한다”며 웃는 김주리다.

출연진 중 막내였던 김주리는 인터뷰 내내 선배 연기자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내비쳤다. 2년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김주리는 첫 촬영날부터 긴장감에 덜덜 떨었다고 말하며 “민폐를 끼지면 안된다는 압박감이 컸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처음엔 선배님들께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어려웠는데, 정말 제가 운이 좋게도 현장에서 늘 챙김을 받았다. 항상 맛있는걸 사주시고 잘 챙겨주셔서 편하게 찍었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특히 윤소이에 대해 “드라마 초반에 우는 장면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한 복귀이기도 하고 세트 촬영은 익숙지 않아 겁이 나더라. 주어진 시간 안에 눈물을 흘려야 했는데, 윤소이 언니가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해라. 다 기다려 줄 수 있다’고 말씀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하시은 언니도 ‘잘하면서 왜그래’라고 북돋아 줬다”며 “소이 언니는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였다. 나도 언니 정도의 위치가 되면 저렇게 주변도 잘 챙겨야지 배울 점이 참 많다고 느꼈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극중 최광일을 짝사랑하는 인물 홍지은으로 분한 김주리는 실제 연애 스타일에 대해 묻는 말에 “어릴 때 짝사랑을 많이 해봤다. 선망해서 좋아한 경우도 많다. 그래도 짝사랑보단 쌍방이 좋은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또 이상형에 대해서 “웃음코드가 잘 맞고 대화가 잘 통해야 되는 거 같다”면서도 “잘생긴 사람 좋아한다. 부정하지 않겠다”고 너스레를 떨며 “유일하게 안보는 건 키다. 제가 키가 172cm로 큰데 남자친구는 작아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홍지은은 재벌가 무남독녀 캐릭터답게 늘 화려한 옷과 장신구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에 대해 김주리는 “평상시에는 못 입고 다니는 스타일이긴 하다. 대기실에서도 ‘오늘은 지은이가 뭘 입나’ 늘 이슈였다”며 “원래는 청바지에 티셔츠를 좋아한다. 그런데 예쁜옷, 화려한 옷을 입으니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 거 같기도 싶다”고 웃었다. 또렷한 이목구비와 화려해 보이는 이미지 탓에 비슷한 역할을 맡는 것에 대한 불만은 없을까. 김주리는 “스스로를 잘 알고 있어서 불만은 없다. 연기적으로 인정을 받고 제가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더 다양한 역할에 도전해볼 수 있겠지만 지금도 너무 재미있다”며 “그 예쁜 옷들을 언제 다 입어보냐”고 털털한 모습을 보였다.

2011년 SBS ‘내일이 오면’을 시작으로, 2016년 OCN ‘38 사기동대’, MBC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 2017년 SBS ‘아임쏘리 강남구’ 등 다양한 드라마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김주리 한동안 안방극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공백기에 대해 김주리는 “오디션도 많이 보고 열심히 하고 싶었지만 계속 떨어졌다. ‘이게 내 길이 맞나’ 고민한 적도 있다. 오디션을 계속 떨어지니 속상하더라. 자괴감에 빠진 적도 있었다”고 힘들었던 시간을 고백했다. 그럴 때마다 김주리는 자신이 출연했던 작품들을 다시 보며 의지를 다졌다고.

“제가 했던 작품을 보면서 ‘내가 연기할 때 이렇게 활력이 생겼지’ 생각하며 다시 해야겠다 힘을 얻는다. 또 여기서 포기하면 나는 또 포기하는 사람이 된다는게 싫었다. ‘언젠가는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겠지’ 생각한다”는 그는 “아직은 하고 싶은걸 다 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라서 더 노력해야 될 거 같다”고 말했다. 해보고 싶은 캐릭터에 대해선 “절절한 멜로도 해보고 싶고 엽기스러운 것도 해보고 싶다. 그리고 정말 못된 악역도 욕심이 났다. 홍지은이 진짜 악역이어야 했는데 좀 허술한 악역이었던 거 같아 아쉽다”고 바람도 전했다.

2009년 미스코리아 진(眞)으로 얼굴을 알린 김주리는 원래 러시아 볼쇼이발레학교에서 세계적인 발레리나를 꿈꾸던 학생이었다. 그러던 중 졸업공연을 앞두고 발목 부상을 당해 발레리나의 꿈을 접었다. “발레를 5살 때부터 했는데 스무살에 발목을 다쳐서 엄청난 슬럼프를 겪었다. 세계적인 발레리나가 되는게 꿈이었고, 할줄 아는게 발레밖에 없는데 이젠 난 뭘하면서 살아야 할까 막막했다. 한국에 돌아와 은둔형 생활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TV를 통해 본 ‘미스 유니버스 대회’는 김주리의 심장을 다시 뛰게 했다. “이렇게 있으면 안되겠다 싶더라. 아나운서 스피칭 학원을 다니며 미스코리아를 준비했다”는 김주리는 미스코리아 당선 이후에 기획사에서 배우 제의가 많이 들어왔지만 ‘미스 유니버시티’ 대회에 매진했다.

하지만 발레에 대한 그리움은 계속 김주리의 발목을 잡았다. “춤이 너무 추고 싶고 무대에 너무 서고 싶은데 춤을 출 수 없으니, 이 감정을 어떻게 해소할까 생각했다”며 “노래를 못하니 가수는 꿈도 못 꾸고, 그래서 생각한게 연기다. 발레도 무대에서 관객에게 연기를 하는거지 않나. 너무 단순하게 연기도 비슷한 분야라고 생각해서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고 배우로 전향한 이유에 대해 밝혔다.

그는 본명 김주리에서 유리아로 이름을 바꿨다가 최근 다시 김주리로 돌아왔다. ‘미스코리아 출신’이란 꼬리표를 떼고 싶어 활동명을 바꿨던 그는 “미스코리아라고 하면 연기를 열심히 안할 거 같다는 생각을 주변에서 많이 했다. ‘난 그게 아닌데’ 속상한 마음에 미스코리아 경력도 프로필에서 빼고 이름도 바꾸려 했다, 그런데 나는 결국 나더라”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김주리는 “그냥 쉼 없이 일하고 싶다. 미스코리아가 아닌 연기 하는 사람으로 알아봐 주시는게 배우로서 제 목표다”라고 연기에 대한 열정을 드러내며 “제 연기의 스펙트럼이 넓어졌으면 한다. 할 수 있는 역할도 많아지고 제가 설 수 있는 자리도 지금보다 더 커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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