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건한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드라마 속 이미지처럼 밝고 유쾌한 모습을 그렸지만, 실제로 만난 배우 고건한(31)은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묻어나는 진중함으로 기존의 예상을 뒤집었다.

고건한은 KBS2 월화극 ‘조선로코-녹두전’(이하 녹두전)에서 여장한 녹두(장동윤)에 반하지만 그가 사내라는 사실을 알고 자신의 ‘정체성’에 당황하는 인물 ‘연근’ 역으로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사극에서 엉뚱하고 유쾌한 웃음을 책임지고 있는 그다.

‘녹두전’은 새 활동명으로 처음 대중과 만난 작품이기에 그 의미도 남달랐다. 최근 그는 김민규에서 고건한으로 활동명을 변경했다. “활동명 변경에 있어서 큰 의미를 둔 건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다음 작품이 ‘녹두전’이었고 감사하게도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아 기분이 좋다”고 운을 뗀 고건한은 “이름을 바꿨으니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보다는 그간 준비한 만큼 사랑해주시는 부분이 생겨서 이름을 잘 바꿨다는 생각이 들고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적지 않은 작품을 김민규란 이름으로 활동한 그에게 활동명 변경은 꽤 부담이 컸을 터. 그럼에도 고건한으로 바꾼 이유는 이름의 의미 때문이었다. “‘고건한’의 뜻이 매사 정도에 넘지 아니하고 알맞게 조절하고 절제하여 건강하고 굳센 삶을 이루라라는 뜻이었다. 듣자마자 꽂혔다”라며 “연기를 하는 배우에게 참 필요로 하는 말이겠구나 싶었다. 지금까지 인터뷰하며 늘 했던 말이 ‘건강하게 연기 하고 싶다’였다. 그러려면 아무래도 절제와 조절이 필요하고 정도가 필요한 거 같다. 건강뿐 아니라 연기를 할 때도 같은 이치인 거 같다. 활동명이 이 시점에서 필요한 이름이라 생각해서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요한건 이름보다는 활동명으로 앞으로 제가 어떻게 하느냐인 거 같다. ‘김민규로 기억하시면 어쩌지’란 고민보단 앞으로에 대한 고민이 더 고민으로 다가왔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4년 OCN ‘신의 퀴즈4’로 데뷔한 고건한은 어느덧 5년째 연기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KBS 드라마스페셜 ‘우리가 계절이라면’, MBC ‘로봇이 아니야’, tvN ‘계룡선녀전’, JTBC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등에서 다채로운 색깔을 연기하며 연기력을 다졌다. 특히 ‘계룡선녀전’과 ‘로봇이 아니야’로 유쾌한 웃음을 안기다가도 단막극 ‘생일편지’와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에서는 묵직한 감동을 전하기도 했다.

매 작품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고건한이지만 분량에 대한 아쉬움도 있진 않을까. 이에 대해 고건한은 “분량에 대한 욕심은 항상 있다. 좀 더 많은걸 보여 주고 싶은건 모든 배우들이 비슷할 거 같다”며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건 배역의 역할인 거 같다. 부분으로서 존재해야지 그 부분을 벗어나 버리면 그 역할로 인한 피해가 생길 수도 있고 드라마에 대한 피해를 줄 수 있지 않나”라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러면서 “제 이름이 주는 교훈도 이 부분에 적용할 수 있을 거 같다. 뭐든지 정도를 지키는게 좋은 거 같다. ‘녹두전’에서도 연근이 해야 할 부분과 정도가 있기 때문에 거기에서 최대한 많은 것들을 보여주려고 하는 욕심이 더 크다”며 소신을 이야기했다.

주연 욕심도 있지만 아직은 아니라는 그다. “정말 솔직히 말씀드리면, (주연은) 하면 할수록 어려운 작업이구나 많이 느낀다. ‘조장풍’때도 김동욱 형님을 보며 주연은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인물로서 여러 가지를 감내해야 되는 거구나 많이 느꼈다. 연기는 당연한 거고 현장 안에서 많은 부분들을 감수해내야 되는구나 점점 알게 되고, 무턱대고 하고 싶다고 하는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이 모든걸 감내 할 수 있을 때 주연 자리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고건한은 “욕심의 문제는 아닌 거 같다. 제가 잘 해나갈 때 자연스럽게 자격이 주어지는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신중하게 답했다.

현재 고건한은 차기작으로 tvN 새 드라마 ‘스위트홈’을 촬영 중이고, 영화 ‘엑스텐’과 ‘이웃사촌’의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녹두전’과 ‘스위트홈’ 촬영을 병행 중인 그는 ‘스위트홈’ 이진욱에 대해 “선배님과 함께 나오는 신들이 많은데 일에 대한 집중도가 굉장히 높으신 분이더라”라며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을 덧붙였다.

데뷔 이후 크고 작은 역할들을 만나며 끊임없이 달려온 고건한. 자신의 열일 비결로 ‘불안과 욕심’을 꼽은 그는 “불안하면서도 욕심내고 싶고, 이 두 가지가 계속 작용이 된다. 내년에도 제 많은 불안과 욕심이 작용했으면, 그리고 그걸 지켜봐 주시는 분들을 만났으면 한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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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