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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 결국 스승의 체면을 살린 건 애제자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끈 축구대표팀은 11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1차전 홍콩과의 경기에서 황인범(23·밴쿠버 화이트캡스)의 결승골로 2-0 승리했다. 승리했지만 졸전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상대였다. 역대 전적에서 27전 20승5무2패로 압도하는 홍콩을 상대한 벤투호에는 이번 경기 많은 득점이 기대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9위인 홍콩이기에 다득점을 기대하는 건 당연했다. 게다가 최근 벌인 지난 2010년 2월에도 홍콩을 상대로 5-0 대승을 거뒀다.
이 날 경기에는 유럽 무대에 활약하는 손흥민, 황의조, 권창훈, 이재성 등 주요 자원이 없다고는 해도 ‘약체’로 평가되는 홍콩과 경기에서 2골만 기록한 건 아쉬운 대목이다. 벤투호는 이 날 전반전에만 코너킥 기회를 8차례 얻었지만 모두 결정적인 찬스로 만들지 못했다. 벤투호가 최근 3경기(북한~레바논~브라질전) 무득점인 상황에서 벤투 감독의 최면을 살린 건 ‘애제자’로 불리는 황인범이었다. 그는 전반 종료직전 홍콩의 페널티 아크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을 오른발로 날카롭게 처리했다.
앞서 저조한 경기력에도 황인범을 중용했던 벤투 감독이 은혜에 보답받던 순간이었다. 황인범이 무득점 중인 스승의 체면을 살리긴 했지만 안심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이날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한 김승대가 전반전 홍콩 골키퍼 야프 훙 파이와 충돌하면서 교체됐다고 해도 공격진이 보여준 게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전반 41분 갑작스럽게 교체 투입된 이정협이 후반전 최전방 공격수로 활약했지만 추가골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결국 ‘약체’ 홍콩에 무딘 무기를 수차례 찌른 의미없는 행동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벤투 감독은 황인범을 중용하면서 신뢰했다. 그 결과 황인범은 이 날 프리킥 선제 결승골로 무득점 중인 스승의 체면을 살렸다. 게다가 개인으로도 의미 있는 득점이다. 황인범은 지난해 10월 파나마와 A매치 친선전에서 대표팀 데뷔골을 넣은 이후 421일 만에 태극마크를 달고 골맛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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