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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유인근기자]우주에서 신는 신발, 우주복 제작 기술이 적용된 러닝화...2020년 새해를 겨냥해 아디다스가 내놓은 새 러닝화 ‘울트라부스트20’에 따라붙는 수식어들이다. 처음엔 우주 마케팅까지 동원돼 지나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아디다스가 왜그럴까?”하며 피식 웃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도대체 어떤 러닝화이길래? 우주복 제작 공법이 적용된 운동화는 또 어떻게 다를까 궁금증이 커졌다. ‘울트라부스트20’을 직접 신어본 이유다.

아디다스는 2019년 국제우주정거장(ISS) 미국 국립연구소와의 파트너십을 발표한 데 이어, 이를 상징하는 우주 콘셉트의 신제품 공개했고 그 첫 제품이 바로 ‘울트라부스트20’이다. 우주복 제작 공법을 비롯한 아디다스의 혁신적인 기술이 응집된 러닝화라는 설명이다.

박스에 담겨진 ‘울트라부스트20’과의 첫 만남은, 적어도 겉 모양에서는 그동안 시리즈로 출시된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2013년 첫 출시 이후 아디다스 러닝화의 대명사가 된 ‘울트라부스트’ 시리즈는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할만큼 인기가 높은 제품이다. 이전 러닝화에서 볼 수 없었던 혁신적인 외형을 막내격인 ‘울트라부스트20’도 많이 물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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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부스트20’은 우주복 제작 기술인 ‘초미세 박음질(TFP) 공법’이 적용됐다.

그런데 대개 형제들이 그렇 듯 비슷하지만 확연하게 구분이 되는 특징이 있기 마련이다. 멀리 갈 필요없이 ‘손세이셔널’ 손흥민이 신어서 화제가 됐던 바로 윗 형님 ‘울트라부스크19’와 비교하면, 날카롭던 러닝화스로움이 다소 희석화됐다고나 할까, 좀 순해진 모양이다. 가장 기본인 블랙컬러를 신었는데 전체적인 디자인이 둥글어진 느낌이라 러닝화뿐 아니라 일상화로 착용해도 무리가 없어 보였다. 자동차로 치면 스포츠카에서 하이브리드카로 변신한 모습이랄까. 뛰기 보다 걷기를 더 즐기는 입장에서는 무척 반가웠다.

그렇다고 러닝화로서의 장점이 희석된 것은 아니다. ‘울트라부스트20’도 형제들의 DNA를 그대로 물려받아 신고 달렸을 때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스프링처럼 강한 힘은 여전했다. 아디다스의 상징인 ‘부스트 미드솔’은 지면을 밟을 때 발생하는 모든 운동 에너지를 추진력으로 바꿔주며 ‘아웃솔’은 독일의 명품 타이어 컨티넨탈사의 고무로 제작되어 지면에서 최적의 접지력을 발휘한다. 신발 바닥면의 ‘토션 스프링(Torsion Spring)’은 달리거나 착지할 때 더 빠른 추진력과 안정적인 지지력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며 ‘3D 힐 프레임 (3D Heel Frame)’은 발 뒤꿈치를 안정적으로 잡아주어 더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도와준다.

궁금했던 우주복 제작 공법은 갑피에 주로 적용됐다. 울트라부스트 시리즈의 갑피는 발을 편안하게 감싸주는 프라임니트가 적용된 것이 특징이다. 이번 ‘울트라부스트20’은 한 걸음 더 나가 우주복을 제작할 때 사용하는 ‘TFP(Tailered Fiber Placement) 공법’이 적용됐다. 니트이기는 하지만 기존 형제들과 좀 다르다. TFP는 섬유를 덧대어 강도를 높인 밀리미터 단위의 초미세 박음질 공법이 활용됐다. 개개인의 발 모양에 맞게 더 정교하게 피팅되면서 보다 부드럽고 유연한 착화감을 선사한다고 것이 아디다스측의 설명이다. 거창한 이론이 좀 어렵지만,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신어보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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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의 텅 부분에는 아디다스와 국제우주정거장 미국 국립연구소 공식 로고인 ‘ISS’가 새겨진 삼각형 모양의 ‘스페이스 패치’가 부착됐다.

신었을때 느낌은 확실히 전보다 더 진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작들은 갑피가 니트 형식이라 부드럽기는 했지만 지지력과 내구성 등에서 불안한 감이 있었지만 우주복 제작 공법이 적용된 ‘울트라부스트20’은 훨씬 견고한 느낌이 들었다. 갑피의 부드러움은 전작에 미치지 못했지만 단단하게 발등을 잡아주면서 감싸는 착화감은 더 뛰어났다. 전작보다 조이는 느낌도 덜 해 신고 걸어다니기에 한결 편했다. 그 이유가 우주복 제작 공법에 있다면 분명히 성공적인 변신이라는 생각이다. 다만 (필자처럼)발등이 높은 사람들은 처음 신었을때 다소 조이는 느낌이 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신축성이 좋아 시간이 지나면서 다행히 그런 불편함은 금방 사라진다.

‘울트라부스트20’은 제품의 설계 뿐만 아니라 디자인에도 우주적인 요소가 가미됐다. 아디다스의 삼선 디자인과 미드솔, 3D힐 프레임 등에 우주를 상징하는 ‘인터스텔라 컬러(메탈릭 바이올렛)’를 적용해 마치 홀로그램 같은 신비로운 우주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신발의 텅 부분에는 아디다스와 국제우주정거장 미국 국립연구소 공식 로고인 ‘ISS’가 새겨진 삼각형 모양의 ‘스페이스 패치(Space Patch)’를 부착해 색다른 느낌이다.

약 일주일정도 ‘울트라부스트20’을 경험한 총평을 해보자면, 디자인적인 면에서는 전작들의 화려함보다는 다소 수수하지만 일상에서는 훨씬 유용해 러닝과 걷기를 모두 소화하기 적합한 데일리슈즈로 활용도 높은 편이다. 공원을 달려도 사무실에서 신고 다녀도 어색함이 없다. 쿠셔닝 등 기능적인 면에서도 부스트의 장점을 그대로 물려받았고 착화감도 전작들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높은 점수를 줘도 무방할 듯. 그러나 21만9000원이라는 가격은 좀 부담이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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