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부동산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다 보면 한 번쯤 꼭 만나게 되는 단어가 ‘기획’이라는 단어다. 단어 자체에는 나쁜 의미가 없지만 부동산과 붙으면 사기꾼을 의미하는 단어로 돌변한다. 기획부동산은 무엇을 의미하며 어떻게 하면 이들에게 당하지 않고 현명하게 토지를 거래 할 수 있는지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자.
기존에 기획부동산은 개발할 수는 없는 땅을 임의로 분할해 각각 필지 별로 판매하거나 하자 있는 큰 땅을 주변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의미로 국한되어 있었다. 분할이 많아질수록 가격이 만만해진 것 같아 싼 값에 산 듯한 느낌을 받지만, 사실 주변 시세보다 훨씬 비싸게 사는 경우가 많다. 또 아무런 손을 대지 못한 채 대대손손 물려줘야 하는 땅이 되어버리고 만다.
최근에는 기획부동산도 진화해 땅에만 국한되지 않고 아파트, 상가, 수익형 호텔 등을 망라한다. 그들은 한 현장의 부동산을 판매하다 회사명만 바꿔서 다른 것을 팔기도 하기에 사실상 실체가 없는 경우가 많다. 또한 수익을 몇% 보장해준다는 내용을 강조한다. 이렇게 실체가 없는 것이 그들의 실체(?)이다. 그렇다면 대체 그들이 토지를 파는 유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건축이나 아무런 개발 할 수 없는 땅을 마치 가능한 것처럼 파는 경우토지는 도로가 닿지 않거나(맹지) 상하수도 같은 배수로가 연결될 수 없는 땅은 건축허가가 나지 않는다. 도시에서는 도로 등이 닿았는지 눈에 딱 들어오지만 전원주택이나 임야 등은 한눈에 알기 어렵다. 이런 점을 이용해 기획부동산들은 가도면을 보여주며 땅을 판매한다. 그러나 가도면상의 도로는 전혀 의미가 없다. 비록 현장에 포장된 도로가 안 깔려 있더라도 정상적인 건축허가를 받아놓았다면 시·군·구의 도장이 찍힌 문서상 도로 형태를 확인할 수 있다. 즉 시행 개발회사로부터 분양받아 집을 짓거나 건축을 하려는 토지를 사려한다면 인허가 관련 서류를 꼭 확인해야 한다.
◇필지를 개별 소유권 등기가 아닌 지분 등기로 판매하는 경우분할이 정상적으로 안되는 땅인데 소비자가 등기를 넘겨주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심리를 이용해 지분등기를 해준다면서 판매하는 것이다. 통상 토지 개발을 하는 현명한 시행사, 분양사라면 지분등기를 하지 않는다. 개발의 경우 인허가의 속도 싸움이 성패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데, 지분등기를 하게 되는 경우 개발 관련 인허가를 시·군·구로부터 받을 때마다 그 땅에 지분등기 된 모든 사람들에게 인감도장부터 확인서류 등을 받아야 한다. 분양 받은 사람 중에서 ‘알박기’를 할 수 있는 변수도 있다. 따라서 지주공동사업이나 특정 부동산을 처음부터 같이 사는 개념이 아니라면 지분등기를 내세운 땅은 사면 안된다.
◇정부 정책 혹은 정부 사업과 연관된 땅이라고 소개하는 경우고속도로나 대중교통 같은 새로운 도로망이 생기거나 신도시 혹은 재개발, 재건축 등의 소식이 있을 때 분명 일반적으로 시세가 오른다. 또한 종전선언을 한 시점에 파주를 필두로 북한과의 접경 지역이 순간적으로 들썩들썩한 경우나, 정부에서 주택공급을 늘리고자 개발제한구역을 일부 푼다는 얘기가 있을 때 등 기획부동산들은 놓치지 않고 순간적으로 가격을 몇 배 올려 판매한다.
그러나 전문가들도 정부 정책의 실행 가능성과 미래 전망에 대한 의견이 나뉜다. 전문가들도 혼란스러운 시점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 정부 정책과 관련된 땅이라고 매수하라고 하는 땅은 기획부동산일 확률이 높다. 따라서 해당 지역을 원주민만큼 잘 아는 경우가 아니라면 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채용사이트를 활용하면 업체의 실체를 알 수 있다실체가 잘 안 보이는 기획부동산을 판단할 수 있는 팁이 있다. 바로 채용사이트를 활용하는 것이다. 해당 회사의 채용정보에 내건 조건이 오로지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면 직원들에게도 하자 있는 부동산을 팔아먹으려는 기획부동산일 확률이 높다. 실제 필자도 26세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고 일을 배우고자 채용사이트를 통해 여러 부동산 관련 회사에 면접을 보러갔다. 그 중 기획부동산들은 면접에서 사업의 실체나 성과를 말해주기 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얼마를 벌 수 있다는 얘기만을 했다. 마지막으로 기획부동산에 당한 사람들을 보면 환상에 가까운 일확천금에 눈이 먼 경우가 많다. 애초에 지나치게 싼 매물 나오기는 어렵다. 주변에 아무리 토지로 돈을 많이 벌었다는 사람이 있더라도 혹하지 않아야 한다.
성호건 한국부동산개발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