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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손(미 애리조나주)=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제 자리는 없습니다.”
KT 멀티 내야수 박승욱에게 스프링 캠프는 전쟁터와 같다. 자신의 자리가 고정돼 있지 않아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쳐야하기 때문이다. 내야 여러 자리를 소화할 수 있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선수 입장에선 팀 사정에 따라 여기저기 옮겨다니는 것보다 고정된 자리에서 경기를 뛰는 것이 기량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박승욱이 주전 경쟁에서 승리하고 싶어하는 이유다.
당초 박승욱은 문상철, 오태곤과 더불어 지난해 마무리 캠프부터 1루수 경쟁 후보로 분류됐다. 현재 무주 공산인 1루 자리의 주인을 찾기 위한 KT의 오디션은 마무리 캠프를 지나 스프링 캠프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박승욱은 자신의 장기를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 1루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욕심은 어느정도 내려놓은 상태다. KT 캠프가 차려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만난 박승욱은 “1루 자리는 저보다 (문)상철이형이나 (오)태곤이형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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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욱은 “솔직히 말하면 1루보다는 2루를 더 하고 싶다”면서 “내 장기를 살리려면 2루수로 경기에 나가는게 가장 좋다”며 주전 2루수를 향한 도전 의지를 강하게 어필했다. 박승욱은 SK 시절엔 유격수로 가장 많은 경기를 뛰었다. 그 다음으로 많이 뛴 자리가 2루수다. KT엔 심우준이 주전 유격수로 자리매김한 상황이라 1루를 제외하고 박승욱이 도전할 수 있는 자리는 2루 뿐이다.
그렇다고 2루에 주인이 없는 건 아니다. 베테랑 박경수가 버티고 있고, 삼성에서 2차드래프트로 건너온 김성훈도 잠재적인 경쟁자다. 이들과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박승욱의 자리도 생길 수 있다. 박승욱은 “2루에서 가장 뛰고 싶지만 지금 상황에선 어느 자리든 나가서 잘해야 한다. 자리에 상관없이 나가는 자리가 제 자리라 생각하고 잘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자신의 위치가 확고한 주전이라기보다 백업 멤버에 가깝기 때문에 우선 어느 자리든 최선을 다해 자신의 강점을 어필하는게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KT 입장에서도 박승욱의 주전 도약을 위한 도전 정신은 기쁜 일이다. 확실한 동기 부여 속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자연스럽게 내야진 뎁스가 두꺼워진다. 만일의 사태에도 대비할 수 있다. 주전 도약을 향한 박승욱의 전향적인 자세가 올시즌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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