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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JTBC 금토극 ‘부부의 세계’가 “청소년 관람 불가 드라마는 흥행이 어렵다”는 불문율을 깨고 ‘19금 드라마’의 신세계를 열었다.

19금 드라마는 진입장벽이 높은 콘텐츠이지만, ‘부부의 세계’만큼은 예외인 듯하다. 25일 방송된 ‘부부의 세계’ 10회는 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 시청률 25.9%로 지난해 ‘SKY 캐슬’이 기록한 24.6%(수도권 기준)를 넘어섰다.

무엇보다 이같은 성적은 ‘부부의 세계’ 제작진이 7,8회 15세 등급에서 9회부터 최종회까지 19세 시청등급으로 방송하겠다고 공식화한 후 첫주에 세운 기록이란 점에서 고무적이다. 19금 콘텐츠여도 보편적인 시청률을 얻을 수 있다는 제작진의 자신감이 통했다는 반응이다. 비록 수도권 시청률이긴 하지만 이같이 가파른 상승세라면 ‘SKY 캐슬’이 세운 비지상파 드라마 최고 시청률 23.8%(전국기준)도 뛰어넘을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 드라마 시장에는 15금과 19금 관람 등급을 오가는 콘텐츠가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다. JTBC ‘미스티’ ‘밀회’ 등 불륜 장면에 국한된 것에서 최근에는 장르가 다양해지며 OCN ‘루갈’, ‘타인은 지옥이다’, ‘손 더 게스트’ 등 스릴러적인 장면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일부 회차에서 시청등급을 조정하거나, 좀비물인 넷플릭스 ‘킹덤’은 전체 19세 이상 관람가로 공개하기도 했다. 19금 해외 원작을 리메이크하는 작품이 많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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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TV드라마에서 전체 16부작 중 14부가 19세 이상 관람가로 방송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새로운 시도로서 한국 드라마가 한발짝 더 나아간다는 의미 있지만, 남녀노소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TV 화면에서 연이어 나오는 선정적인 장면들이 여전히 ‘불편하다’는 시선도 있다. ‘19금’ 딱지를 붙이며 앞선 폭력성, 선정성 논란들에 일종의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우려 역시도 제기된다.

‘부부의 세계’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건 폭행 피해자로 그려진 여주인공들의 모습이다. 지난 18일 방송된 8회에서 지선우(김희애 분)가 의문의 남성으로부터 무차별적인 폭행을 당하는 모습은 마치 VR(가상현실) 게임처럼 1인칭 시점에서 표현돼 자극적이라는 비난을 샀다. 또 데이트 폭력을 당하는 민현서(심은우 역)의 모습을 여과없이 담아냈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잠잠했던 손제혁(김영민 분)의 바람기가 되살아나는 모습을 그리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명품백을 사주면 애인이 되겠다”는 20대 여성과 손제혁은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손제혁의 바람기를 부각시키고, 잘못된 성의식을 가진 남성을 그려내려는 의도였겠으나 여성을 향한 혐오심리를 부추기는 설정은 부적절하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영화의 경우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 흥행에 악영향을 미치지만, TV 드라마의 경우 오히려 시청자들의 관심을 촉발시켜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며 “다만 영화나 OTT에 비해 TV는 19금이라고 해도 청소년들이 접근하기 쉬운 매체라는 점을 고려해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부부의 세계’처럼 시청률 20%를 넘어선 흥행의 중심에 있는 드라마일수록 책임감을 갖고 여성혐오적이고 폭력적인 장면 등에 더욱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JTBC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