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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소위 화제가 되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할 때 그 기준은 무엇일까? TV조선 ‘미스터 트롯’ 최고 시청률 35.7%,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12.1% 등 주로 시청률로 화제성을 이야기하곤 한다. 이번 총선에서도 여론조사의 향방이 투표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시청률이나 여론조사나 목적은 과학적인 방법론을 바탕으로 표본을 추출해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사람을 조사해 다수의 의중을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모든 사람의 의견을 물어볼 수 없으니 대표적인 사람들을 표본으로 추출해 선호를 묻고 활용하는 것이다. 정치권의 경우 여론조사를 통해 정책 수요나 지역 현황을 파악해 정치 전략에 반영한다.
방송업계에서는 시청률 조사가 방송사업자 간의 거래에 활용된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광고 집행 규모를 정하겠지만 방송사에서 제시하는 광고 가격표에서 가장 주요한 요소가 바로 시청률이다. 시청률은 TV시청 환경을 파악하기 위해 전문가들의 기초 조사를 바탕으로 지역, 성, 나이, 플랫폼별로 나눠 시청자들의 성향을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패널을 구성해 조사한다.
문제는 우리나라 시청자들은 케이블, IPTV, 위성 중 하나로 TV를 시청하고 있는데 IPTV가구가 모집단 대비 패널 구성비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2019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로 살펴보면 IPTV의 가입자는 47.8%, 케이블 방송은 40.2%, 위성은 10%로 나타났다. 굳이 통계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표본 역시 이와 비슷하게 구성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거의 독점적으로 시청률을 조사하는 업체의 표본 구성 비중은 IPTV가 케이블 방송 사업자에 비해 거의 2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위성 역시 비율에 비해 높게 책정하고 있다. 방송사업자의 모집단 비율과 표본의 크기가 비례하지 않는 것은 결국 데이터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권에서 대권이나 총선 출구조사의 정확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도 표본(패널)의 구성이 인구 통계적 특성에 맞춰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청률 조사 업체의 표본 구성은 이런 고도화 추세에 역행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불완전한 시청률 조사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광고시장에서 프로그램의 가치 평가(쉽게 표현하면 광고 단가)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 광고는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사업자의 가장 큰 수입원 중 하나다. 프로그램 시청률은 광고 단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제일기획이 올해 초 발표한 ‘국내 총 광고비 결산과 전망’에 따르면 국내 방송광고 시장은 3조원 대에 달한다. 프로그램 단위로 광고가 붇는 3조원대의 방송광고 시장을 움직이는 가장 큰 요소는 프로그램 시청률이다. 따라서 방송프로그램 사업자에게 시청률의 정확한 측정은 매우 중요한 경영 지표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독점적 시청률 조사 기관은 패널 선정의 어려움을 들어 보정치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보정치는 조사자의 주관이 반영될 수 있고 조사 때마다 편향이 발생할 우려가 매우 크다. 또한 주요 사업자가 외국계의 독점적 민간 기업이기 때문에 정부나 타 사업자들이 관여하기 매우 어렵다. 시청률이 콘텐츠 사업자와 플랫폼 사업자의 거래에서 매우 중요한 평가 지표로 사용되는데 표본의 제약 및 보정치 활용으로 인해 사업자들의 검증이 어렵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사업자들이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플랫폼 사업자 역시 시청률 이외에 본인들의 셋톱박스에서 수집하고 있는 시청정보를 공정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는 전수조사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데도 큰 투자가 필요하지 않다. 더 정확한 시청정보를 통해 공정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와 사업자가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