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투아르 기수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집콕’의 답답한 날들을 보내는 가운데 무관중으로 개장한 한국프로야구가 해외방송중계를 타고 전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미 7년 전부터 해외로 실시간 송출되는 ‘한류 스포츠’가 있다. 바로 한국경마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14개국으로 실시간 송출하며 국제적 사랑을 받고 있는데는 외국인 기수들의 도전도 빼놓을 수 없는 흥미요소다. 한국경마가 올 스톱 되며 해외중계 수출 또한 불가능한 가운데 서울경마공원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기수들은 어떻게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있을까?

프랑스 출신의 빅투아르 기수는 경마 휴장 기간에도 가족들과 함께 한국에 체류하며 일상을 보내고 있다. 모국인 프랑스를 비롯해 호주, 홍콩 등 14개국에서 활동하던 그는 2017년 한국으로 무대를 옮겼다. 꾸준히 승리를 쌓으며 한국에 적응한 그는 지난해 5월 한국경마 통산 100승을 넘어 섰고 6월에는 인기 경주마 ‘돌콩’과 함께 부산광역시장배 대상경주에서 우승하며 한국경마 대표기수로 자리매김했다. 경마휴장 이후에도 매일 새벽 주로에 나와 경주마와 호흡을 맞추며 훈련 중인 빅투아르 기수는 “한국의 방역체계와 의료시스템을 신뢰했다. 출국하지 않고 거리두기 일상을 지낸 것은 더없이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요즘은 초등학생 딸의 개학과 경마 재개를 학수고대 하며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먼로 기수

◇ 자가격리 후 경마장 복귀한 ‘천승노장’과 ‘젠틀맨’

경마 종주국 영국에서 온 53세의 먼로는 기수 경력 35년의 베테랑으로 ‘백전노장’을 넘어 ‘천승노장’이다. 통산 1000승을 훌쩍 넘는 기록은 한국에서도 박태종, 문세영, 유현명 기수 외에는 없을 정도다. 영국과 홍콩의 최정상급 대상경주에서 우승했던 노련함 덕분에 많은 조교사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지난 1년간 서울경마기수 중 두 번째로 많은 출전횟수를 기록했다. 그의 고향인 영국에도 한국경주 실황이 송출되고 있어 생중계를 통해 그의 활약이 전해지고 있다. 해외에 있는 가족을 만나고 온 먼로는 지난 3월 24일 입국 후 2주의 자가격리 기간을 보낸 뒤 컨디션 관리와 경주마 조교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한국경마에 대해 “종주국인 영국에서도 생중계를 통해 한국경마를 관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국경마는 안정적인 운영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빠르게 성정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에 있는 기수들에게도 도전해보라고 추천한다”고 밝혔다.

다비드 기수

2017년 말 한국경마에 데뷔한 프랑스 출신의 다비드 기수는 경마 중단 이후 프랑스로 돌아가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을 가족과 함께 지켜봤다. 지난 4월 6일 입국 후 2주간의 자가격리를 거쳐 경주로에서 경마 재개를 기다리며 훈련에 정진하고 있다. 실력 뿐 아니라 다비드상 못지않은 비주얼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다비드 기수는 지난해 페어플레이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과태료나 기승정지 처분을 가장 적게 받은 선수에게 수여된다. 외국의 선진 경마기술을 배우기 위해 시행한 외국인 기수 도입이 기술 뿐 아니라 경마 문화까지도 바꾸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한국경마가 중단되기 전에는 프랑스에도 중계됐기 때문에 가족과 친구들이 내가 출전하는 경주를 보며 응원해줬다. 한국 경주 송출을 기대하는 가족들에게 하루빨리 경주를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안토니오 기수

◇ 그랑프리 우승에 빛나는 안토니오 기수는 자가격리 중

브라질 출신의 안토니오 기수는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인 기수들 중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한국에 데뷔한지 만 3년이 된 그는 한국경마 최고 영광의 무대 그랑프리 우승(2019년)을 비롯해 지금까지 총 7번의 대상경주를 휩쓸었다. 최근 1년간 15.7%의 무서운 승률로 서울 전체 승률 5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달 고국에 다녀온 후 아직 자택에서 자가 격리 중이다. 특별한 이상증세가 없다면 이번 주말쯤에는 경주로로 복귀해 경주마 훈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오랜만에 방문한 브라질에서도 그랬고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집에서만 머물고 있다”고 근황을 소개한 뒤 “한국경마는 늘 열성적인 팬들과 함께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한국에 오래 머물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마사회 김낙순 회장은 “외국인 기수들의 활약은 경마 관계자에게는 선진기술과 문화를 전파할 뿐만 아니라 한국을 넘어 전 세계 경마 팬들에게도 자국 선수들을 응원하는 기쁨을 선사하고 있다. KBO리그가 세계적인 인기몰이를 하듯 한국경마 또한 더 참신하고 흥미로운 요소를 통해 새로운 한류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jin@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