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쪽 볼 피하는 양의지[포토]
NC 4번 양의지가 17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리는 SK와이번스와 NC다이노스의 경기 5회말 몸쪽볼을 피하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제가 못하니까 팀이 잘하네요. 하하하.”

NC ‘전력의 절반’ 양의지(33)가 팀 단독 선두 고공비행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투타 조화가 뛰어나 특별히 약점을 찾을 수 없다. 미국 스포츠채널 ESPN도 19일(한국시간) 발표한 KBO리그 파워랭킹에서 NC를 1위로 꼽았다. 투타 조화가 이상적이라는 게 이유다. 적장이자 NC가 반드시 넘어야 할 두산 김태형 감독은 “이게 다 양의지 때문”이라고 콕 찍었다. 젊은 투수가 많은 NC 마운드 특성상 양의지가 앉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차이가 크다는 게 상대팀 사령탑의 공통 의견이다. 타석에서도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주니 ‘전력의 절반’ 그 이상이라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양의지는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을 앞두고 “과찬”이라며 “높이 평가해주시는 데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이럴수록 더 열심히 해야한다는 부담이 사실 조금 더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주에 김태형 감독님께 안부 인사를 드렸는데 그게 기분 좋아 좋은 평가를 해주신 것 같다”며 웃었다.

[포토]양의지를 향해 하트 만들어보니는 박민우
NC 양의지가 1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SK와 NC의 경기 10회초 2사 만루 상황에서 2타점 적시타를 친 뒤 대주자로 교체되자 박민우가 두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보이며 반기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늘 기분좋은 미소로 사람을 대하는 양의지는 팀 얘기에는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개막이 확정되지 않았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선수들은 대체로 개막일을 D데이로 잡고, 역산해서 컨디션을 조절한다. 막연하게 훈련만 하다보니 (젊은 선수가 많아)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선수들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체력을 떨어뜨렸다 올리기를 반복한다. 그는 “체력을 떨어뜨려야 할 때에는 피곤해도 훈련을 더 한다. 오버워크를 한다는 기분으로 극한까지 스스로를 몰아붙이다가 실전모드로 접어들면 훈련양을 줄이기를 반복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사이클 조절에 실패해 어정쩡한 상태로 개막을 맞이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다른 타자들은 타구가 쭉쭉 뻗어나가는데, 나만 ‘걸렸다’ 싶은 타구도 펜스 앞에서 수직하락 하더라”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포토]NC 원종현-양의지, 승리 지켰다!
NC 원종현이 14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와 KT의 경기 9회초 2사 이후 등판해 승리를 지켜낸 뒤 포수 양의지와 주먹을 맞대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NC의 힘은 마운드에서 나온다. 지난 18일 현재 팀 평균자책점 3.26으로 1위에 올랐다. 왼손 영건 구창모(2승 평균자책점 0)를 포함한 젊은 투수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이들은 호투 요인을 물을 때마다 “양의지 선배님의 조언 덕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도통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던 양의지는 “긍정적인 얘기를 많이 해주려고 한다. 경험에 반추해 좋았던 그림을 강조하는 편이다. 가령 (구)창모에게는 ‘(양)현종이 던지는 모습을 챙겨 보라. 완성형 변화구를 던지지만 그래도 패스트볼을 많이 던진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강점은 살리되 나태해지지 않게 만드는 양의지만의 화법이 영건들을 춤추게 하는 셈이다. 그는 “정상적으로 시즌을 준비할 때보다는 준비가 덜 된 게 맞다”면서도 “타고투저현상으로 회귀는 비단 투수들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포토]NC 양의지, 빗맞아도 2타점 적시타!
NC 양의지가 1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SK와 NC의 경기 10회초 2사 만루 상황에서 2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안방마님이라 투수들의 구위를 가장 잘 안다. 타석에서 상대 투수도 접하니 구위와 타고투저의 상관관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선수들 사이에서는 공인구가 1년 시행착오를 거쳐 균질성을 회복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완화된 반발규정에 맞추느라 들쑥날쑥했던 반발계수가 1년 시행착오를 거쳐 엇비슷하게 나오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같은 스윙으로 다른 결과를 내면 선수들도 헷갈린다. 그러나 같은 스윙으로 비슷한 결과가 나오면 자기 스윙에 확신을 갖기 마련이다. 타구 속도나 탄도, 비거리 등이 실시간으로 구현되는 시대라 숫자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양의지는 “이런 면에서 우리 타선을 보면 든든하다”고 미소 지었다. 그는 “(나)성범이가 라인업에 포함되면서 상대 팀이 느끼는 부담감이 더 커진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도 1회초부터 나성범과 나란히 타점 한 개씩을 추가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타선의 파괴력도 마운드 높이 못지 않게 좋아 객관적으로 볼 때에도 기대가 크다.

[포토] NC
NC 양의지가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7연승으로 단독 1위를 고수하고 있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그는 수 차례 “아직 초반이라 모른다”는 말을 입에 달았다. 그는 “주장으로 느끼는 책임감이 생각보다 크더라. ‘내가 주장일 때 실패한 시즌이 되면 어쩌나’싶은 마음이 크다. 감독님께서도 선수들에게 믿고 맡기는 편이라 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후배들은 연패에 빠졌을 때 침체된 분위기에서 빠져나오는 법을 잘 모르더라. 더 많이 얘기해서 긍정의 힘으로 끌어 내야한다. 출발을 잘했기 때문에 마무리도 잘 하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디펜딩챔피언이자 팀 타율 1위 타선을 입맞대로 요리한 양의지가 ‘공룡알’을 깨기 시작했다. 알을 깨고 나온 공룡이 KBO리그 최상위 포식자로 자리매김할지 그 상승세에 눈길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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