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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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100일여만인 17일(현지시간) 재개된 가운데, 경기에 나선 선수들이 인종차별 항의시위에 동참하는 의미로 한쪽 무릎을 꿇는가 하면 시위구호인 ‘블랙 라이브즈 매터’(Black Lives Matter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를 새긴 유니폼을 선보여 화제를 모으고 있다. 출처|BBC스포츠

[스포츠서울 박효실기자] 관중석은 텅 비어 있었고, 선수들의 표정은 비장했다. 하지만 그들이 무릎을 꿇는 순간 깊은 감동과 연대가 전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장장 100일만인 17일(현지시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17일 재개한 가운데, 선수들이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지난달 25일 사망한 비무장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퍼포먼스로 감동을 안겼다.

개막 첫 경기인 애스턴 빌라-셰필드 유나이티드 전, 맨체스터시티-아스널 전이 열린 영국 축구장에서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선수들은 경기 시작에 앞서 하프라인 양쪽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잠시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선수들의 등번호가 적힌 유니폼 위에는 이름을 대신해 ‘블랙 라이브즈 매터(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맨시티의 라힘 스털링은 영국 BBC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이 퍼포먼스를 “대규모의 발걸음”이라면서 “이것은 우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금씩 조금씩 우리는 변화를 목도하게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여파로 경기장이 아닌 TV로 중계를 보던 전세계 축구팬들에게도 참으로 이색적이고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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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100일여만인 17일(현지시간) 재개된 가운데, 경기에 나선 선수들이 인종차별 항의시위에 동참하는 의미로 한쪽 무릎을 꿇는가 하면 시위구호인 ‘블랙 라이브즈 매터’(Black Lives Matter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를 새긴 유니폼을 선보여 화제를 모으고 있다. 출처|BBC스포츠

첫 경기에 나선 애스턴빌라와 셰필드유나이티드 양 팀은 경기가 시작된 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보여준 연대에 지지 성명을 내보냈다.

두 구단은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양 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운동에 지지를 보내며 연대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 속에서는 선수들 틈에 검정색 유니폼을 입은 심판도 함께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맨시티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백인들은 지난 400여년간 흑인들을 대한 방식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나는 우리가 전세계에서 흑인에게 벌인 일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낀다”면서 “그 사건이 일어난 것은 비단 미국만이 아니다. (인종차별) 문제는 모든 곳에 있다. 우리 세대에게는 너무 늦었지만 다음 세대는 우리가 인간이고, 피부색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 우리가 하나의 인종이라는 것을 이해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BBC라디오5 라이브에 출연한 전 크리스털 팰리스 공격수 클린턴 모리슨도 이 퍼포먼스에 대해 “정말 감동적이다. 상상도 못했다. 너무 멋지고 모든 선수와 스태프들에게 존경심을 보낸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 애스턴 빌라와 셰필드 경기는 0-0 무승부로 끝났고, 맨시티는 스털링의 결승 골에 힘입어 아스널에 3-0 대승을 거뒀다.

gag11@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