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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진중함과 코믹함을 넘나드는 배우. 매작품 인상깊은 연기를 펼치고 있는 배우 고건한(33)을 수식하는 말이다.
고건한은 최근 종영한 MBC ‘꼰대인턴’에서 입사 7년 차, 최초 남성 육아 휴직을 쓴 ‘오대리’ 오동근 역을 맡아 작품에 현실감을 더했다. 상사인 가열찬(박해진 분) 앞에서는 아부로, 시니어 인턴 이만식(김응수 분)과 후배 이태리(한지은 분) 등에게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떠넘기는 전형적인 ‘젊은 꼰대’의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했다. 특히 우리 주변에 한 명쯤 있을 법한 인물을 능청스럽게 소화하며 얄밉지만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캐릭터를 완성했다.
시청률 6.8%(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유종의 미를 거둔 ‘꼰대인턴’. 종영 후 만난 고건한은 “사실 걱정을 많이 했다. 첫방 시작 전까지도 시청자분들이 유쾌하게 잘 봐주실 수 있을까 우려가 많았던 게 사실”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첫방 이후로 좋은 반응들이 이어져서 오히려 촬영을 하면서 시너지를 받았다. 코미디 장르라는게 시청자가 자연스럽게 웃고 받아들이실 수 있게끔 연출하기도 연기하기도 어려운 장르인데 김응수, 박해진 선배님 그리고 감독님 덕에 잘 산 거 같다”고 공을 돌렸다.
제목처럼 ‘꼰대인턴’은 세대간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꼰대에 대한 다양한 생각할 거리를 제시했다. 고건한 역시 “‘꼰대’라는 단어가 통용되는 사회에서 특정한 말에 국한되는게 아니라, 다양한 인물을 통해 폭넓게 생각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유쾌한 재미를 더했다는 게 이번 드라마의 강점이었던 거 같다”고 느낀점을 이야기했다.
고건한이 오대리를 연기하며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즉흥성이었다. “오대리는 즉흥성이 중요한 인물이어서 현장에서 자유롭게 연기하는 부분이 중요했는데 감독님께서 저를 많이 믿어주셔서 가능했다”는 그는 “대본을 봤을 때 너무 못되고 미운 사람으로만 보여지면 안되겠다 싶어서 연기를 준비하면서 유쾌하고 재미있게 오대리를 풀어내려 노력했다. 컷 소리가 나면 스태프와 배우들도 ‘진짜 얄밉다’고 하더라. 전 기분 좋았다”라고 전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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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청스러운 극중 오대리의 모습 때문에 실제 고건한 역시 그 모습이 투영돼 있을거라 예상했지만, 현실 속에서 그는 진중함과 차분한 매력이 더 눈에 띄는 사람이었다. “실제로 직장생활을 했다면 오대리처럼 못했을 거다. 한때 영업직을 해볼까 생각하던 때도 있었는데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저는 오대리와 다르게 사원에서 머물렀을 거 같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 고건한. 그는 과거 옷가게, 신문배달, 아파트 경비일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험이 이번 작품에 몰입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오피스물이 처음이어서 걱정도 됐지만 윗사람은 어느 조직이나 있기 마련이지 않나. 당시 느꼈던 다양한 경험들과 기억들이 도움이 된 거 같다.”
오대리의 치열한 육아대디로서의 삶이 짠한 공감을 낳기도 했다. 아직 미혼인 고건한에게 육아대디 연기에 어려운 점은 없었을까. 이에 고건한은 “지난해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을 하면서 극중에서 딸이 있었다. 당시 아빠의 역할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서 그런지 이번에도 물론 캐릭터 색깔은 전혀 달랐지만 그 연장선에 있는 느낌이었다”라고 답했다. 육아휴직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는 고건한은 “현재 한국에선 육아휴직을 하면 재취업이나 승진에 제약이 따르지 않나. 나라면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을까. 그래서 겉으로는 오대리가 가벼워 보이지만 그런 결단을 한 인물이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강단이 있고 회사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집념이 강했을 거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출연진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먼저 김응수에 대해 ‘꼰대력 제로’라고 표현한 고건한은 “아마 모든 배우들이 공감하실 거 같다. 항상 후배들을 지켜봐주신다. 뭔가를 지적하는 스타일 아니고 지켜보고 필요한 부분 생기면 아이디어를 제시해주시는 편이시다”라며 “사고 하시는 거나 말과 행동, 사람을 대하실 때도 정말 젊게 사시는구나 싶었다. 체력도 정말 강하시다. 저희가 지칠 때도 선생님께선 에너지를 뿜고 계신다. 덕분에 후배 연기자들도 힘내서 끝낼 수 있었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박해진에 대해선 “둘 다 겉모습과 다르게 과묵한 편이라 형과 성향이 비슷했다. 굳이 말을 안해도 이야기가 잘 통하는 거 같았다”고 했고, 한지은과는 현장에서 캐릭터에 대한 고민 등 진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귀띔했다.
지난 2014년 OCN ‘신의 퀴즈4’로 데뷔한 고건한은 KBS 드라마스페셜 ‘우리가 계절이라면’, MBC ‘로봇이 아니야’, tvN ‘계룡선녀전’, JTBC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등에서 유쾌한 웃음과 묵직한 감동을 오가는 다채로운 색깔을 연기해왔다. 차기작으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위트홈’이 공개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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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