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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팬 퍼스트’를 최우선 가치라고 주장하던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구자철 회장이 팬에게 손가락 욕설을 한 선수의 징계를 해제했다.
KPGA는 27일 ‘에티켓 위반 등 부적절한 행동으로 징계를 받은 선수를 구제하기로 지난 20일 이사회에서 의결했고 갤러리에게 손가락 욕설을 하는 등의 행위로 물의를 일으켰던 김비오(30)를 포함한 8명에게 다시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협회는 ‘스코어 조작 등 중대한 위반을 저지르거나 제명된 사람은 사면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친절한(?) 설명을 덧붙였다.
구 회장의 공감 능력 부족은 이미 불투명한 절차로 인턴사원을 채용하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여자프로골프(KLPGA) 후원 기업을 깎아내리는 등의 행위로 외부에 드러났다. 이럴 때마다 “의욕이 넘쳐서 그렇다”, “잘하려다 보니 실수했다”, “코리안투어를 너무 사랑해서 그렇다”는 등의 상식 밖의 대답으로 두루뭉술 넘어갔다. 급기야 ‘팬 퍼스트’에 가장 배치되는 행위를 한 선수에게 사면권을 행사하는 촌극까지 빚었다.
협회 이사진은 구 회장 취임과 함께 대거 물갈이됐다. 당연히 구 회장의 측근들로 채워졌다. 회장의 전횡에 동조·방관하는 집단으로 사실상 자정 기능이나 감시 기능을 상실한 기구로 전락한 꼴이다. KPGA는 김비오를 포함한 8명을 사면한 이유로 “새 집행부가 출범하면서 회원간 화합과 KPGA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기 위한 것”이라며 “코로나 사태로 인한 특수성을 고려해 경제활동이 위축된 현 징계자를 구제해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여전히 귀족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한 골프의 특성을 고려하면 성급한 처사였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새 집행부의 치적을 위해 팬을 기만했다는 비난 여론도 있다. 특히 고(故) 최숙현 선수 사태로 촉발된 체육계 폭력, 폭행에 관한 무관용 원칙이 국민적 공감을 얻고 있는 중차대한 시기에 관중을 향해 손가락 욕설을 하고 골프 클럽을 땅에 내리치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한 선수를 사면한다는 것은 체육인들에게조차도 선뜻 동의를 받기 어려운 처사다. 모범을 보여야 할 프로 골프의 수장이 악어의 눈물에 춤을 추는 모양새는 골프 위상을 격하시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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