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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천 금호중이 30일 종별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 ‘천재’가 뿌린 씨앗이 5년만에 열매를 맺었다. ‘배구 천재’로 불리며 한국 남자 배구 전성기를 이끌었던 노진수(55) 경북 영천 금호중 감독이 창단 첫 우승을 일궈냈다.

노 감독이 이끄는 금호중은 30일 제천중학교체육관에서 열린 제75회 전국남녀종별선수권대회 남자 16세 이하부 결승에서 남성중을 세트스코어 2-1(22-25, 25-22, 15-11)로 잡고 우승을 차지했다. 금호중은 2016년 창단이후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노 감독은 현역 시절 현대자동차서비스에서 활약했다. 1984~1994년까지는 국가대표 부동의 레프트로 한국 남자배구 최전성기를 이끈 ‘천재’이기도 했다. 탄탄한 기본기와 리시브, 여기에 폭발적인 탄력을 활용한 타점 높은 공격까지 스피드와 기술을 겸비해 상대 블로커들이 가장 꺼리는 공격수로 통했다. 팀에선 모든 감독에게 사랑 받는 선수이기도 했다. 은퇴 후 지도자 변신한 그는 모교인 성균관대를 거쳐 프로배구 LG화재, 중국 베이징, 대구여고 등을 거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이렇게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노 감독은 금호중을 전국에서 가장 강한 중학교 팀으로 만들었다. 비결은 노 감독의 지도력에 있다. 노 감독은 아직 성장기에 있는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기라 판단하고 경기 결과보다는 미래를 생각하는 지도를 하고 있다. 딱히 결과를 최우선 과제로 놓고 지도한 것은 아니다. 노 감독은 “아직 어떤 선수로 성장할지 알 수 없는 연령대다. 키도 다 크지 않은 상태다. 지금은 배구의 기초를 다지는 게 중요하다. 그 점에 가장 집중하고 있다. 우승을 해서 기쁘고 선수들에게 고맙지만 중요한 것은 눈 앞의 성적이 아니다. 앞으로 이 선수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노진수
LG화재 사령탑 시절의 노진수 감독.김도훈기자

창단 당시까지만 해도 금호중은 9명의 소수 인원으로 출발했다. 제대로 된 훈련도 하기 힘든 환경이었다. 지금은 전국 각지에서 노 감독의 소문을 듣고 재능 있는 선수들이 모여들고 있다. 현재는 18명의 어엿한 하나의 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노 감독은 “사실 선수들은 어리기 때문에 저를 모른다. 요새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아는 것 같다”라면서 “제가 가진 경험을 조금이나마 선수들에게 전달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선수들이 배구의 재미를 알고, 꿈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 지도자로서 많은 경험을 했지만 어린 친구들을 가르치는 데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라고 말했다.

체육 교사이기도 한 노 감독은 선수들이 좋은 배구 선수 이전에 좋은 인간이 먼저 돼야 한다는 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노 감독은 “요새 선수들은 공부를 다 하고 운동을 한다. 선수들이 운동만 해서는 안 된다. 올바른 인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배구를 잘해도 나쁜 사람이 되면 안 된다. 배구를 잘하는 것에 앞서 올바른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교사이자 감독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