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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쇼트트랙 황제’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35)이 중국 대표팀 코치로 지도자 인생을 시작한다. 선수로서 한국과 러시아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올림픽에 출전했던 그가 2022베이징동계올림픽에 중국 대표팀 코치로 나서게 되면 2002솔트레이크시티 2006토리노 2014소치에 이어 총 4번째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된다.
지난 4월 러시아에서 파란만장한 현역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던 안현수는 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국인 중국의 끊임없는 러브콜에 마음을 고쳐먹고 중국 대표팀 코치직을 맡기로 했다. 국적은 러시아를 그대로 유지하며 부인 우나리(36)씨와 딸 제인(4) 등 가족은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여파로 한국에 머물기로 했다. 안현수는 지난 21일 비밀리에 중국으로 떠났다. 아직 최종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는 않았지만 안현수에 대한 대우는 초특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봉은 대략 300만위안(한화 약 5억15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점쳐진다.
안현수를 향한 중국의 러브콜은 집요했다. 지난해 10월 중국 상하이월드컵에 앞서 국내에서 훈련 중인 안현수와 접촉해 “훈련 파트너를 해줄 수 없느냐”는 제안을 한 데 이어 그가 올 4월 은퇴를 발표하자 본격적인 영입작전에 나섰다. 중국 측은 안현수의 마음을 사기 위해 초특급 대우를 제시하며 집요한 영입전을 펼쳤다. 러시아 측의 대표팀 코치직을 마다하고 현역 고수의 입장을 취했던 안현수는 코로나19 여파로 국제대회가 잇따라 취소되자 인생의 밑그림을 수정하기로 마음을 고쳐 먹었다.
내심 국내 지도자 복귀도 꿈꿨던 안현수는 현실적인 이유에 가로막혀 뜻을 접어야 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지도자 응시 자격에는 ‘지도자 경력 3년이상’이라는 단서조항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은퇴한 안현수가 중국 측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지 않았던 데도 이유가 있었다. 현역 연장에 대한 강력한 의지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제 2의 쇼트트랙 인생을 열어젖히게 해준 러시아에 대한 의리도 결코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안현수에게 양아버지나 다름없었던 알렉세이 크라프초프 러시아빙상연맹 회장과의 인연을 매정하게 잘라낼 수 없었지만 정작 크라프초프 회장은 안현수의 미래를 위해 몽니를 부리지 않고 대승적인 차원에서 길을 열어줬다. 러시아 측으로부터 승낙을 받아낸 안현수의 중국행은 급물살을 탔고,마침내 그는 지난 21일 중국으로 떠났다. 일단 칭다오로 건너간 안현수는 현지에서 보름간 격리생활을 한 뒤 베이징으로 넘어가 최종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예정이다.
중국이 안현수에게 집착한 배경은 2년 뒤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 때문이다. 쇼트트랙 역사상 가장 뛰어난 테크니션으로 꼽히는 안현수로부터 선진 기술을 전수받아 안방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게 중국의 안현수 영입 배경이다.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역사상 최다 금메달(6개) 및 최다 메달(8개·금 6개 동 2개) 기록 보유자인 안현수는 2006토리노올림픽에서 3관왕(1000m·1500m·5000m 계주)과 동메달 1개(500m)를 차지하며 세계 쇼트트랙을 평정했다. 2008년 무릎부상이후 총 4번의 수술을 받는 악전고투 끝에 2010밴쿠버올림픽 출전에 실패한 그는 이후 소속팀 성남시청의 해체와 기량저하에 따른 선발전 탈락으로 선수생활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2011년 6월 새로운 돌파구로 러시아 귀화를 선택했던 안현수는 결국 2014소치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500m·1000m·계주 5000m)와 동메달 1개(1500m)를 획득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빅토르 안’이란 새 이름이 다소 어색했지만 태극마크 대신 러시아 국기를 단 그는 전성기에 버금하는 빼어난 기량으로 111.12m의 빙판을 완벽하게 지배했다. ‘토리노의 신화’가 ‘소치의 황제’로 부활하기까지는 무려 8년의 세월이 걸렸지만 그 누구도 안현수의 불타는 재기 의지를 꺾지 못했다.
쇼트트랙 사상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꼽히는 안현수의 중국행이 과연 어떤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세계 쇼트트랙계가 중국 대표팀 코치 유니폼을 입은 그의 지도자 변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진현기자 jhkoh@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