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삼성 선발투수 허윤동, 2회말 만루 위기 못 넘기고 조기 강판
삼성 선발투수 허윤동. 수원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삼성 루키 허윤동이 혹독한 데뷔 시즌을 치르고 있다. 하지만 이제 막 프로무대 첫 걸음을 내딛은 만큼 올해 겪은 쓰라린 경험을 약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팀은 다르지만 함께 프로무대를 누비고 있는 입단 동기들도 참고할 만 하다.

허윤동은 지난 26일 대구 LG전에 선발 등판했다. 원래 이날 선발 투수로 데이비드 뷰캐넌이 예정돼있었지만 갑작스럽게 손가락을 부상해 허윤동이 대체 선발로 나서게 됐다. 지난달 16일 KIA전 선발 등판 이후 약 한 달 여만에 다시 잡은 기회였다. 더군다나 이날 삼성 타선이 상대 선발 이민호를 두들겨 1회에만 5점을 내주면서 든든한 득점지원까지 받았다.

하지만 허윤동은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2회를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3회 오지환에게 볼넷을 내준 이후 김현수에게 2점 홈런을 얻어맞고 추격을 허용했다. 후속 타자 이형종을 2루에서 잡아내고 급한 불을 껐지만 삼성 벤치는 4회 시작과 동시에 허윤동을 홍정우로 교체했다. 허윤동에겐 아쉬운 1군 복귀전으로 남았다.

지난해 2차 1라운드에서 지명돼 삼성 유니폼을 입은 허윤동은 선발진에 공백이 생기면서 대체 선발로 기회를 잡았다. 첫 2경기에서 모두 선발승을 따내며 쾌조의 출발을 알렸지만 이후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허윤동은 구속으로 상대 타선을 제압하는 유형의 투수가 아니다. 다양한 구종을 원하는 곳에 꽂아넣을 수 있는 제구력이 뒷받침돼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투수다. 하지만 1군 등판 경기에선 늘 제구가 말썽을 부렸다. 볼카운트 싸움이 불리하게 전개되는 경우가 많았고, 볼넷으로 이어지다보니 항상 어려운 승부를 펼칠 수 밖에 없었다. 투구수 관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조기강판되는 경우가 늘어났다. 최근 등판한 3경기에서 허윤동은 총 4.1이닝을 소화하는데 그쳤다. 올시즌 허윤동의 수비 무관 평균자책점(FIP)은 6.91로 평균자책점 5.52보다 높다. 즉 허윤동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고 무너진 경우가 많았다는 의미다. 구속 증가와 제구 안정, 그리고 결정구 장착.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허윤동이 갖춰야할 부분이다.

이제 막 프로 생활을 시작한 루키다. 첫 해부터 잘하면 금상첨화지만, 프로 무대에 걸맞은 기량을 끌어올릴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올해 1군에서 쌓은 쓰라린 경험은 분명 성장하는데 자양분이 될 것이 분명하다. 청소년대표팀 동기로 데뷔시즌부터 두각을 드러낸 소형준(KT)와 이민호(LG)도 좋은 교보재가 될 만하다. 소형준은 결정구 부재에 체력 부담이 겹쳐 부침을 겪었지만 2주 휴식기 동안 컷패스트볼을 장착해 더 무서운 투수가 됐다. 이민호의 경우 마운드 위에서의 자신감과 물러나지 않는 배짱투로 류중일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6일 경기에서도 1회 대량실점했지만 무너지지 않고 끝내 6이닝을 책임지며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소속팀에서 꾸준히 선발 기회를 받고 있는 두 선수와 입지가 다른 허윤동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지만, 허윤동이 두 동기에게서 배울 점은 올해 여실히 나타났다.

잠재력은 충분하다. 성공의 밑거름이 되는 실패라는 경험도 쌓았다. 이제 ‘어떻게’ 성장하느냐가 허윤동의 과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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