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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제공 | 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지만 기성용은 확실히 다른 클래스를 지닌 선수였다.

기성용은 지난달 30일 울산 원정에서 10년 9개월여 만에 K리그 복귀전을 치렀다. 오랜 기간 실전 감각이 부족했던 만큼 기성용은 한 달 이상의 시간을 투자해 이번 경기를 준비했다. 울산전 후반 20분 정현철을 대신해 교체 출전한 기성용은 공의 첫 터치부터 남다른 클래스를 보여줬다. 그라운드를 밟은 그는 울산 신진호와 경합하는 과정에서 파울을 얻어냈다. 정상 컨디션이 아닌 만큼 예전 기량의 100% 모습은 아니지만 한 번씩 번뜩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수치로 봐도 기성용은 공격적으로 번뜩이는 기회를 자주 연출했다. K리그 데이터분석업체 비프로일레븐에 따르면 이 날 25분간 그라운드를 뛰어다닌 기성용은 12차례 전진 패스 중 10번을 성공했고, 롱패스(2/3)와 중거리 패스(5/6) 성공률도 높았다. 그의 장기인 정확한 킥으로 공격의 방향 전환과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공격을 시도할 수 있는 점에서 긍정적이었다.

이 날 플레이 중 기성용의 클래스를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은 후반 30분께 나왔다. 기성용은 하프라인 부근에서 공을 잡은 뒤 상대 진영 왼쪽 측면 깊숙이 올라간 수비수 윤종규를 바라보고 정확하게 공을 연결했다. 윤종규는 문전의 한승규에게 연결했고 슛까지 마무리됐다. 일명 ‘대지를 가르는 패스’는 기성용의 장기로 평가되는 능력 중 하나다. 서울에서 기성용이 살아나면 또 다른 공격 옵션을 추가할 수 있다. 다만 기성용은 26번의 패스 시도에서 23번 성공해 88.5%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90% 이상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한 것과 이 날 김원식(97.3%)과 정현철(90.9%)의 기록보다 못 미치는 것은 기성용의 컨디션이 100% 오르지 않은 것을 보여준다.

현재 서울 중원에는 김원식이 안정적인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100% 기량을 회복한 기성용이 날카로운 킥과 경기 조율 능력까지 장착하게 되면 서울은 상위권으로 도약할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정현철 또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에 상황에 따라 기성용을 공격적인 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다. 기성용은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탈압박과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그가 조금씩 출전 시간을 늘려나간다면 서울에 기여하는 바가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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