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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경무전문기자] 세상에 제일 만만한 게 스포츠인가? 어느 단체나 회사든, 수장이 바뀌면 가장 쉽게 손을 대는 경향이 있는 게 소속 스포츠팀이 아닌가 싶다. 진보든 보수든 크게 다르지 않다. 감독과 코치, 선수들의 생존권은 안중에도 없다. 하루아침에 무자비하게 팀을 해체시켜 버린다.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다.
경기도 이천시(시장 엄태준) 소속 정구(소프트테니스), 트라이애슬론, 마라톤(이상 모두 남자) 등 3개팀의 해체를 둘러싼 최근 사태를 보면서 한국 스포츠에서 비인기종목의 지도자나 선수들이 겪는 설움이 얼마나 큰 지 새삼 절감할 수 있다. 지난 2018년 시장이 바뀐 이후 스포츠팀들은 힘겨운 시기를 보내야 한 것으로 알려졌다. 3팀을 관리하는 체육지원센터 소장으로 지난해 8월 권○○씨가 오면서 더욱 그랬다고 하니. 스카우트비도 쓰지 말고, 돈을 무조건 줄이라고 했다 한다. 결국 이천시는 지난 8월12일 3팀 감독 등한테 문자메시지를 보내 체육지원센터에 모이게 한 뒤 일방적으로 팀 해체를 통보했다. 어떤 이유인지 자세히 설명하지도 않았다.
앞서 권 소장은 지난 2일 이천시청 내부게시판을 통해 “정구는 짱구” “정구는 파리채 비슷한 기구로 즐기는 놀이”라며 운동부를 비하했고, 그것이 언론을 통해 드러나면서 ‘스포츠에 대한 모독’이라는 비판도 쏟아졌다. 그런데도 이천시장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5일 이천시의회 제215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김학원 시의회 부의장(국민의 힘)이 5분 자유발언을 통해 권 소장의 사퇴까지 요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김 부의장은 “이 시간 본 의원은 시민 위에 군림하는 공무원이 있어 몇가지 발언을 하고자 한다”며 “체육지원센터 소장이 내부 게시판에 올린 ‘이섭학당 이야기’라는 제목의 글을 아느냐. 정구부에 대한 비상식적인 모욕과 인격 비하 발언이 담겨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실직자가 된 선수들을 위로하고 달래주지는 못할 망정 비아냥거리며 정구부를 폄하했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이천시민, 정구인, 체육인, 이천 정구부원 및 그 가족 등을 싸잡아 모독한 권 소장은 소장직을 내려놓고 예의를 갖춰 용서를 구할 것을 요구한다. 오만방자하고 권위적인 태도가 고쳐지지 않을 경우 시민들은 (권 소장을)버릴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당시 본회의에 나오기로 했던 권 소장은 개회 15분을 남기고 복통을 이유로 불참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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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의장은 “이천시 정구부가 거둔 우수한 성적에 대해 우습고 기가 차다며 조소하고 멸시했으며, 정구부가 운영비용을 과다하게 요구하면 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자판기 수준으로 비용을 지불했다며 이천시 행정을 비난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30년 동안 정구부를 지원했던 전 시장들과 관련 공직자 모두 잘못된 행정을 펼쳤거나 잘못을 묵인한 것이냐”며 “지급된 포상과 연봉은 시에서 책정하고 의회 승인을 거쳐 결정됐으며,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등 합당한 이유로 포상이 주어진 것”이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김 부의장은 “(운동부를) 부득이 해체해야 한다면 적법한 절차를 거쳐 논의하고 정당한 사유를 들어 설득하고 타협하는 과정을 거쳤어야 했다. 지난해 직장운동경기부 관련 조례를 의결한 시의회에 협조와 이해를 거치지 않고 한마디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시민의 대의기관인 의회를 완전히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천시는 최근 한국실업정구연맹(회장 정인선) 등 정구계로부터 탄원서가 제출되자 이런 답을 내놨다. “민선 7기 엄태준 시장의 체육정책은 생활체육 활성화와 체육인 저변 확대가 목표다. 이에 이천시청 직장운동경기부도 이천시체육회 및 이천시장애인체육회 가맹단체 모든 종목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재편하고자 한다.” 35년 넘게 유지돼온 정구 팀 등을 일방적으로 해체하고 그 많은 종목의 신청을 받아 재편한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쩌자는 건가? kkm100@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