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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상황을 좀 더 보겠다. 한화전 혹은 마지막 SK전에 선발 등판할 수 있고 불펜에서 등판할 가능성도 있다.”
포스트시즌 운명을 좌우할 회심의 카드가 될지도 모른다. 선발투수로는 어느정도 경쟁력을 증명했다. 중간 등판시에는 압도적인 피칭으로 2, 3이닝 동안 상대 타선의 흐름을 끊는 모습을 기대할 만 하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은 LG가 2위 사수를 바라보면서 슈퍼루키 이민호(19)의 포스트시즌 활용법을 고민하고 있다.
승운이 없었을 뿐 투구내용은 만점에 가까웠다. 이민호는 지난 7일 사직 롯데전에서 1.1이닝 10실점으로 무너진 후 곧바로 반등했다. 이후 5경기에서 29.2이닝을 소화하며 8실점(6자책), 이 기간 평균자책점 1.82로 든든히 마운드를 지켰다.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투피치에서 벗어나 커브와 스플리터까지 네 가지 구종을 구사하며 상대 타자의 시야와 타이밍을 흔들었다. 제구에 유독 애를 먹었던 롯데전 모습은 사라졌고 거침없이 타자와 승부하면서도 절묘한 순간 변화구를 섞었다. 그야말로 경기를 치르면서 성장하고 있다.
절정의 기량을 과시한 만큼 포스트시즌 등판 가능성은 100%다. 관건은 보직이다. 마운드 상황을 고려하면 그대로 선발 등판할 수도 있고 불펜진으로 자리를 옮길 수도 있다. 이민호는 올시즌 첫 2경기에서 이미 중간 등판을 경험했다. 선발 등판시에도 150㎞를 상회하는 공을 던졌다. 중간투수로 등판해 적은 투구수와 짧은 이닝을 소화할 경우 더 강한 공을 던질 수 있다.
선발이든 중간이든 파이어볼러는 포스트시즌 시리즈 흐름을 좌우한다. 경험이 부족한 신인이라고 해도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 김광현(SK)이, 2018년 준플레이오프에서 안우진(키움)이 그랬다. 김광현은 선발투수로서, 안우진은 중간에서 롱릴리프로서 소속팀의 시리즈 승리를 이끌었다.
포스트시즌 선발진 구성은 케이시 켈리~임찬규~정찬헌까지는 확정적이다. 재활 중인 타일러 윌슨이 포스트시즌에 맞춰 선발진에 복귀하면 4선발 체제를 완성한다. 그런데 정찬헌은 사실상 시리즈 중 한 경기만 등판할 수 있다. 지난해 디스크 수술 후 재활시즌을 보내고 있고 정규시즌에서도 최소 7일을 쉬고 등판했다. LG가 2위로 시즌을 마칠 경우 플레이오프 시리즈 한 경기, 한국시리즈 진출 시에는 한국시리즈 한 경기 정도 선발 등판할 전망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선발투수가 한 명 더 필요할 수 있다. 이민호가 시리즈 초반 중간 등판, 시리즈 후반에는 선발진으로 자리를 옮기는 전천후 역할을 맡을 지도 모른다.
만일 윌슨이 선발진에 복귀하지 못하면 고민은 더 깊어진다. 정찬헌처럼 관리차원에서 최소 7일 휴식 후 선발 등판시킨 이민호를 선발진에 고정해야만 할 수도 있다. LG 류중일 감독은 지난 20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이민호의 향후 기용 방향에 대한 질문에 “상황을 좀 더 보겠다. 한화전 혹은 마지막 SK전에 선발 등판할 수 있고 불펜에서 등판할 가능성도 있다”고 답했다. 윌슨의 복귀여부와 이민호의 활용법이 맞물려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야 하는 LG 코칭스태프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