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규

[스포츠서울] 환자가 허리 통증으로 병원에 오면 의료진은 정확한 원인 규명과 확진을 위해 엑스레이, MRI, CT 등 각종 검사를 하기 마련이다. 이때 “이거 꼭 해야 해요?”라고 묻는 환자가 참 많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서다. 특히 다른 검사보다 값이 나가는 MRI 검사를 받을 땐 부담감을 느끼는 경우가 더욱 많다.

MRI 검사가 언제나,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꼭 MRI 검사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다음 몇 가지 예를 살펴보면 어떤 경우 MRI 검사를 꼭 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추운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30대 K씨는 스노우보드를 타던 중 다리부위에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아 엑스레이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관절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기에 주사치료와 약물치료, 물리치료를 받기로 했다. 얼마 후 더욱 통증이 심해져 다시 병원을 찾아 MRI 검사를 받았고, 허리디스크가 파열되었다는 진단을 받았다. K씨의 경우 엑스레이 검사로는 알 수 없었던 통증의 원인을 MRI 검사를 통해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최근 60대 L씨는 허리통증을 호소하며 가까운 의원에서 엑스레이 검사를 받았다. 큰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들었고 의사의 처방에 따라 물리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꾸준히 물리치료와 약물치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통증은 더욱 심해졌다. 결국 MRI 검사를 받고서야 통증의 정확한 원인을 밝혀낼 수 있었다. B씨는 허리디스크 파열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수술 후 회복됐다.

[힘찬병원] 허리디스크 환자의 엑스레이와 MRI(오른쪽)검사결과
허리디스크 환자의 엑스레이와 MRI(오른쪽) 검사결과. 엑스레이에서는 정확한 판단이 힘들지만 MRI에서는 요추 4번과 5번 사이에서 추간판(디스크)이 탈출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제공|힘찬병원

의료진이 허리 통증으로 병원에 온 환자에게 가장 기본적으로 하는 것은 엑스레이 검사다. 뼈의 이상 여부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고 비용도 저렴하다. 하지만 허리는 뼈만 있는 것이 아니다. 척추뼈 외에도 추간판, 주변 인대, 근육, 신경, 혈관 등 다양한 구조물들로 구성돼 있다. 뼈의 이상으로 병이 생기는 경우는 20%도 되지 않는다. 엑스레이로는 보이지 않는 추간판, 신경의 이상으로 인한 질환인 경우가 80% 이상이다. 따라서 엑스레이 검사만으로는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치료시기를 놓쳐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골절과 같이 명확한 질환 판명이 가능한 경우 엑스레이 검사만으로도 진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디스크질환이나 협착증과 같은 질환은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 MRI 검사 등의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위의 사례처럼 엑스레이 검사 결과 이상이 없고, 비수술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감각이상, 근력저하 증상, 치료에 반응 없는 지속적인 통증, 극심한 통증이 지속된다면 MRI 검사가 시행돼야 한다. 수술 후 결과를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MRI 검사가 필요할 때도 있다.

MRI 검사를 꼭 해야 하나 고민하는 환자들이 많다. MRI 검사가 꼭 필요한데도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충분히 완치할 수 있는 병을 더 크게 키운 환자를 보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정확한 검사가 곧 올바른 치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민규 목동힘찬병원 원장(신경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