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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숨는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다.
삼성 프랜차이즈 선수 A가 거액의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본지 16일자 단독보도). 이미 경찰은 내사를 완료하고 공식 수사 전환을 앞두고 있고, 삼성도 자체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정작 의혹을 받고 있는 당사자는 두문불출이다.
올시즌 1군과 2군을 오갔던 A는 지난 여름 경기를 끝으로 2군으로 내려갔다. 이후 퓨처스리그에서도 출전하지 않고 시즌을 마감했다. 몸에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데 경기에 출전하지 않아 의구심을 낳았다. 삼성은 사실상 A와 재계약이 힘들다고 보고 일찌감치 전력외로 분류했다. 일상적인 선수 정리 수순으로 비치기도 했지만, A를 둘러싼 이상한 기류가 구단 안팎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결국 도박 혐의를 받는 처지까지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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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A가 ‘행방불명’ 됐다는 소문이 심심치 않게 들렸다. 가까운 지인조차도 A와 연락이 닿지 않는 등 사실상 종적을 감춘 상태다. 최근 들어 구단 관계자와 연락을 하고 있다고 알려졌지만 여전히 A의 행방은 묘연하다. 선수가 구단에 연락을 해와야 통화를 할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형적인 도망자의 모습이다. A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입을 닫고 있는 동안 확인되지 않은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졌고, 결국 핵폭탄이 돼 돌아왔다.
도박 혐의가 입증되면 A뿐만 아니라 삼성도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미 한 차례 소속 선수 해외 원정 도박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는 삼성이다. 이후 올해까지 5년 연속 가을 야구에 초대받지 못하며 암흑기가 시작됐다. 올시즌 허삼영 신임 감독 체제로 변신해 희망을 본 삼성은 내년 시즌 도약을 위해 일찌감치 마무리 캠프를 시작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런데 A의 일탈이 불거지면서 다시 한 번 선수단 관리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삼성 뿐만 아니라 클린베이스볼을 주창하며 선수의 일탈 및 부정행위 방지에 총력을 기울인 KBO에도 먹칠을 하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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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도 A가 공개 석상에 나와 자신을 둘러싼 여러 의혹을 풀어야 삼성도 살고 KBO리그도 산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억울한 것이 있으면 나와서 해명하면 된다. 덫에 걸렸다면 힘을 합쳐 일단 건져낸 뒤 시시비비를 가리면 된다. 더 깊은 나락으로 빠지면 마지막 구제 기회도 사라진다. A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삼성과 KBO리그의 이미지 추락은 불가피하다. A가 침묵하고 있는 와중에 모든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이후 발생할 파장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모든 야구계 구성원과 팬들이 합심해 K-방역의 위상을 드높인 KBO리그가 한 선수의 일탈로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A가 제 발로 나서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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