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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의혹 제기만으로 부족한 것일까. 삼성도 프랜차이즈 스타 A가 거액의 도박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야구위원회(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보고를 하지 않고 구단 자체 조사를 진행 중인 정황이 포착됐다.
A에 관한 제보를 받고 사실관계를 파악하던 도중 그와 왕조시절을 함께 보낸 선수들에게서 이상한 얘기를 들었다. 삼성 출신의 B선수는 “최근 삼성 관계자로부터 ‘혹시 A와 금전관계로 얽힌 게 있는가’를 묻는 전화가 걸려온적이 있다”고 귀띔했다. 삼성에서 뛰다 팀을 옮긴 C도 “나도 비슷한 전화를 받았다. A에 관한 소문은 선수들 사이에서 이미 크게 돌았던 터라 ‘터질게 터지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B와 C는 소문의 실체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게 없다. 얽히고 싶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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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이 조사를 시작했고, 경찰도 수사 중인 사안이지만 KBO는 15일 현재 삼성으로부터 A와 관련한 어떤 얘기도 듣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단 입장에서 보면 A를 둘러싼 루머 만으로 KBO에 보고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정황이 아닌 사실로 드러난 사실만 보고하는 것이 구단과 선수를 위하는 일인 것으로 규약을 오독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단 구단은 A에게도 사실확인을 시도한 정황이 포착된다. 삼성 코칭스태프는 “A가 ‘변제할만 한 수준의 채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100억원대 도박빚을 지고 있다는 소문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A에게 이미 사실 확인을 했다는 의미다. 뿐만 아니라 이미 팀을 떠난 전 동료들에게 A와 채무관계나 특이점 등 동향파악을 했다는 것은 A의 진술을 믿지 못하겠다는 의사 표시로 해석된다. 구단측도 A가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자체 조사를 진행 중이라는 관측이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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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KBO규약 제149조 보고의무에는 ‘구단이 구단 관계자(감독 코치 선수 포함)가 부정행위를 권고 받았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즉시 총재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 돼 있다. 부정행위에는 승패에 영향을 끼치는 통칭 승부조작 행위뿐만 아니라 국민체육진흥법상 금지행위(각종 불법스포츠 도박)도 포함 돼 있다. 규약 제152조에는 ‘구단이 소속선수가 부정행위(148조)나 품의손상행위(151조)를 했다는 것을 인지하였음에도 이 사실을 즉시 총재에게 신고하지 않거나 은폐하려 한 경우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도 명시 돼 있다. 구단 입장에서는 섣불리 신고를 했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 구단과 선수의 이미지가 실추된다는 걱정을 했을 수 있다. 그러나 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도박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구단’이라는 꼬리표가 낙인처럼 찍히게 된다. A를 구제할 방법도 사실상 사라진다.
선수 통일 계약서 15조 선수의 의무에는 ‘선수는 승부조작이나 불법스포츠 도박, 기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점도 명시 돼 있다. 자신을 둘러싼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에 종적을 감춰서는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