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
정기호 강북힘찬병원 원장(신경외과 전문의). 제공|힘찬병원

[스포츠서울] 60대 후반의 여성이 허리가 아프다며 내원했다. 50세가 넘으면서 허리가 조금씩 아프기 시작했는데, 요즘 들어 부쩍 더 아파 내원했다고 한다. 최근에 골밀도 검사를 해본 적이 있느냐고 물으니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아니요. 해 본 적 없어요. 근데 저는 예전부터 뼈만큼은 튼튼했어요.”

허리가 아파 병원을 찾은 분들 중에는 골다공증을 동반한 분들이 많다. 특히 여성은 50대에 접어들면 폐경으로 뼈를 튼튼하게 해주는 여성호르몬이 급격히 빠져나가 골다공증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골다공증 자체만으로는 증상이 없다. 골다공증 때문에 허리가 아프다는 진단을 받았다는 환자분도 종종 뵙는데, 골다공증 때문에 허리가 아프다기보다는 뼈가 약해진 상태에서는 일상에서 발생하는 작은 충격에도 척추에 무리가 가거나 뼈가 부러져 아픈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래서 골다공증을 침묵의 살인자로 부르기도 한다.

환자분께 엑스레이 검사와 함께 골다공증 검사를 함께 권했다. 골다공증 검사는 간단하다. 가만히 누워 있으면 5분가량 기계가 위아래로 왔다갔다 하면서 뼈의 밀도를 측정한다. 아프지도 않고 금식을 해야 할 필요도 없다.

검사를 해보니 우려했던 대로 골다공증이었다. 허리 통증은 엑스레이 상으로는 별 이상이 보이지 않아 MRI를 찍어보니 요추 4번과 5번 사이의 디스크가 눌려 있었지만 다행히 심하지는 않았다. 약물치료와 운동으로 호전될 수 있는 정도였는데, 문제는 골다공증이었다. 골다공증을 치료하지 않으면 디스크가 호전되어 통증이 완화돼도 뼈에 구멍이 숭숭 뚫려 약해진 상태라 작은 충격에도 척추에 무리가 가 압박골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골다공증성 뼈 이미지_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골다공증성 뼈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뼈가 약해지는 이유야 셀 수 없이 많지만 가장 큰 원인은 연령이다. 상식적으로 나이를 먹으면 뼈도 약해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다 보니 30~40대 분들은 ‘내 나이가 얼만데’라며 ‘설마 내가 골다공증?’하겠지만 자신할 수 없는 일이다. 뼈의 양은 30세에 최정점을 이루고 그 이후로는 뼈의 양이 점차 줄어든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30대~40대에도 충분히 뼈가 약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다행히 골다공증은 약물로 치료할 수 있다. 약도 매일 먹는 약부터,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먹는 약 등 다양하다. 약 먹기가 귀찮다면 주사를 맞아도 괜찮다. 3개월에 한 번 혹은 6개월에 한 번씩 맞는 주사가 있으니 골다공증이 있어도 번거롭지 않게 약물치료가 가능하다.

약물치료는 보통 1년을 기본으로 한다. 1년 동안 약물치료를 한 후 그 다음해에 골밀도 검사를 통해 뼈의 상태를 확인한다. 호전여부에 따라 약물치료를 더 하던지 아니면 약물치료 없이 다음해에 검사를 받으면 된다. 호전되었어도 방심하지 말고 매년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의료보험 체계에서는 1년에 단 1회 65세 이상 여성, 70세 이상의 남성에서 그리고, 골다공증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 의료보험으로 부담없이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골다공증은 아무런 증상이 없으니 65세 이상의 여성 혹은 70세 이상의 남성이라면 증상이 없어도 1년에 한 번씩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올해 골다공증이 없다고 해도 다음해에 검사를 받고, 그때도 없다면 그 다음해에 검사를 받는 것이 맞다. 그 사이에 한살이라는 짐을 더 얹은 셈일 테니, 2년 전에 혹은 5년 전에 받은 검사에서 골다공증이 없다는 것이 현재의 뼈의 상태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기호 강북힘찬병원 원장(신경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