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힘찬병원 손두경 원장_신경외과 전문의
부산힘찬병원 손두경 원장(신경외과 전문의). 제공|힘찬병원

[스포츠서울] 환자와 진료실에서 면담하다 보면 수술에 대해 막연히 거부감을 갖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어르신들은 구체적인 상담이 들어가기 전에도 “나는 절대 수술 안 한다”고 운을 띄운다.

“왜 그러시냐” 물으면 대답도 다양하다. “수술 받고 나서 더 아프다는 사람들이 있다” “척추 수술을 받으면 허리가 더 망가진다” “한 번 수술하면 자꾸 수술해야 한다” 등이다. 이처럼 검증되지 않은 속설들이 제법 구체적으로, 그럴듯하게 포장되면서 환자가 수술을 받아야 하는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도 적잖다.

대다수 척추 질환은 충분한 휴식, 환자 상태에 맞는 적절한 운동 그리고 적당한 약물 복용 등으로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치료를 하는데도 통증이 반복되고, 팔과 다리가 저리고, 운동 기능이 저하되거나 근력이 떨어지는 증상이 지속되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증상들은 대부분 심각한 척추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검증되지 않은 속설만을 믿고 척추 수술을 무작정 거부하거나 연기하는 것은 척추를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몰아갈 위험이 크다.

[힘찬병원 자료사진] 척추 전방 전위증
요추 3번과 4번의 전방 전위증으로 척추뼈 배열이 어긋나 요추신경이 눌려져 있는 모습. 등쪽을 크게 절개했던 기존의 수술법과는 달리 옆구리에 작은 절개만 내고 척추를 고정시키는 ‘사측요추유합술’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제공|힘찬병원

전방 전위증이라는 질환으로 척추뼈 배열이 많이 어긋나고, 그로 인해 척추관이 좁아져 고통스러워하는 환자가 있었다. 이런 경우 ‘척추유합술’이라는 수술을 하면 많이 좋아질 수 있는데, 환자는 수술을 완강히 거부했다. “원장님 말씀대로 척추를 고정시키는 수술이면 수술 후에 아예 허리를 구부리지도, 펴지도 못하는 것 아니에요?”

사실 처음 척추유합술이 도입된 초기에는 등배부를 크게 절개한 뒤 육안으로 나사못과 인공 관절을 삽입하므로 수술 후 통증도 크고, 상처를 관리하기가 쉽지 않았다. 등배부의 근력이 약화돼 등이 굽는 부작용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최소한의 절개만으로 수술을 시행하는 ‘최소 침습 수술’ 기법으로 수술 후 환자의 만족도를 향상시키고 있다. 척추 수술에서도 내시경을 이용한 수술이 다양하게 시행되고 있으며 예후 또한 좋아 여러 논문을 통해 수술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환자가 거부감을 느꼈던 척추유합술 역시 최소 침습 수술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등쪽을 크게 절개했던 기존의 수술법과는 달리 환자의 옆구리에 5cm 미만의 작은 절개만 내고 척추를 고정시킬 수 있다. 이를 ‘사측요추유합술’이라 부르는데, 절개 부위가 작아 출혈이 거의 없고, 수술 후 상처 관리가 쉬울 뿐만 아니라 흉터가 작게 남아 미용적으로도 유리하다. 뿐만 아니라 큼직한 인공 관절도 삽입할 수 있어 척추를 안정적으로 지지해줄 뿐만 아니라 척추관 협착증을 크게 개선시킬 수 있는 최신의 수술 기법이다.

이처럼 수술의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고 있으므로 더 이상 수술에 대한 잘못된 오해와 막연한 공포심을 갖지 않아도 된다. 가능한 수술을 하지 않고 최대한 척추를 건강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술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면 무조건 피하지 말고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해 본인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