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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홍승한기자]“명반인 것 같다”던 그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최백호, 정미조, 주현미 그리고 김현철, 각자의 영역을 대표하는 뮤지션이 하나의 앨범에서 만났다. 김현철은 세 명의 선배와 함께 미니앨범(EP)‘브러시’(Brush)를 지난달 발표했다. 지난해 정규 10집 ‘돛’에서 많은 후배들과 호흡했던 그는 이번에는 선배 가수들과 공동 작업으로 또 다른 결의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김현철은 “내 앨범을 보고 그런 적이 없는데 이런 앨범을 죽기 전까지 못 낼 것 같다”며 환한 미소를 지은 후 “‘별밤’에 나갔는데 ‘주현미 최백호 정미조를 한 앨범에 만날 수 있다는 것 ,이런 앨범이 언제 또 나올까’ 라는 글에 마음이 뿌듯해 졌다. 네 명의 이름으로 된 앨범, 하나에 모았다는 것이 좋은 것 같다”고 만족했다.
‘브러시’는 어른들의 목소리로 어른들의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 또한 언젠가는 우리의 목소리이자 이야기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성인을 위한 가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혹자는 과거일 수 있지만 대부분 사람에게는 자신의 미래가 담겨 있는 앨범이다. 나에게도 미래고 내가 앞으로 닥치고 다가 올 이야기이기에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앨범의 시작점은 ‘우리들의 이별’이었다. 이번 앨범에서 유일하게 김현철이 작사·작곡에 참여하지 않은 곡으로 원래 정규 10집 ‘돛’에 담으려 했다. 원곡자인 포크 싱어송라이터 정밀아가 일상의 이별을 이야기 했다면 김현철의 손을 거치고 최백호와 만나 ‘삶과의 이별’로 확장됐다.
그는 “인생과의 이별을 노래하는데 ‘돛’에 넣으면 안되는 곡이다. 최백호 형님 음색 자체가 많은 것을 차지하고 있어 따로 나와야 했고 싱글로 내면 어떨까 생각하는 차에 올 봄 정미조 선배님과 녹음하면서 앨범을 내고 싶었고 주현미 선배님과도 곡 작업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기 자신의 인생과의 이별을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는 아버지에 대한 생각이 많이 났다. ‘난 아직 이별이 힘들다’는 가사 그대로 이별이 쉽지가 않다”고 덧붙였다.
라디오 DJ와 게스트의 인연이 실제 작업으로 이어진 ‘Remind Wedding’은 우리가 아는 트로트 가수가 아닌 다른 모습의 주현미가 담으며 음반을 첫 문을 열고 있다. “최백호 형님의 ‘풍경’을 많이 틀어서 제작진이 주현미 선배님을 초대했다. 옛날부터 팬이었고 너무 좋았는데 ‘선배님 저랑 기회가 되면 작업 하지 않으실래요’라고 물었고 ‘좋다’고 하셨다. 그리고 이 앨범을 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연락을 드려서 3년전의 약속이 이루어졌다. 신부 입장 전의 짧은 시간을 생각하면 곡을 썼는데 (주현미 선배님이) 인생을 이야기 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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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조가 부른 ‘에쿠트, 라 플뤼 통브(Ecoute, la pluie tombe.들아봐요 비가 내리고 있어요)’는 양파가 1999년 발매한 정규 3집의 수록된 곡으로 보사노바와 불어 가사를 만나 전혀 다른 곡으로 재탄생했다. “최백호형님이 두 가수를 이야기 했는데 정미조와 주현미였다. 작사가 이주엽씨를 통해 어렵게 부탁드렸는데 흔쾌히 해주셨다. 양파가 냈을때부터 불어로 내보고 싶었다. 유바리라는 작사가를 만났는데 프랑스를 갈때마다 파리에 비가 내리는 것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가사가 너무 좋고 프랑스어만이 가질 수 있는 마치 샹송과 같은 느낌으로 탄생했다.”
자신 역시 30년전 곡을 다시 꺼내었다. 고등시절 결성한 밴드 ‘아침향기’의 노래였지만 발표하지 않았던 ‘너는 내겐’는 ‘포크음악 대부’ 조동진을 생각하며 만든 곡이다. 시간이 지나며 부르는 목소리기는 나이가 들었지만 그 곡이 주는 감성만은 30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이 느껴지지 않는다. “목소리만으로도 하나의 색이신 분들인데 요즘 곡이 아니라 고등학교때 만든 노래를 넣어 색을 맞추고 싶었다. 당시에 조동진 선배를 너무 좋아해서 사실 조동진 판박이지.(웃음) 20년전 쯤에는 선배님 앞에서 부른 적도 있다. 자기가 짝사랑하는 이상향에 대한 이야기인데 30년이 지났지만 이상향은 항상 멀다.”
선배와의 작업은 앞선 후배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됐다. “음악이 있고 가수를 찾았다면 이번에는 선생님을 찾고 거기에 맞는 음악부터 준비하며 접근부터가 달랐다”던 그는 “모든 선배님들이 계속 무엇을 더 해주고 잘해주려고 했다. 후배들과 달리 먼저 ‘한 번 더 불러 볼까’ 제안하셨다. 그리고 요즘 가수들은 단어, 어절, 음절마다 끊어간다면 선배님들은 모두 통으로 몇 번씩 다시 부르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다양한 협업을 기대했다. 그는 “선생님들은 누군가 부탁을 하면 당연히 들어줄 수 있는데 겁을 내서 부탁을 안했던 것 같다. 꼭 나도 그러한 선배가 돼야 겠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후배 누구든지 같이 하고 싶어하면 ‘그럼그럼’ 할 수 있는 선배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서 “나 역시 조용필 선배, 배철수 선배, 김창완 선배와도 죽기 전에 하고 싶다. 그리고 나면 내 동료들 윤상, 이현우, 윤종신과 함께 넷이서도 하고 싶고 이적이나 (김)동률이와도 남겨 놓고 싶다. 선후배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의미 있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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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Fe&Me 엔터테인먼트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