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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그야말로 ‘집념의 공격포인트’였다. 독일 분데스리가 마인츠에서 기회를 잡지 못해 절치부심하며 2부 아인트라흐트 브라운슈바이크로 임대 이적한 전 국가대표 공격수 지동원(30)이 첫 출전부터 공격포인트를 수확했다.
지동원은 지난달 30일(한국시간) 독일 킬의 홀슈타인 슈타디온에서 열린 홀슈타인 킬과 2020~2021시즌 정규리그 19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교체 명단에 포함, 후반 시작과 함께 투입됐다. 그가 실전 경기에 나선 건 마인츠 소속이던 지난달 23일 보훔과 독일축구협회(DFB) 2라운드 이후 한 달여 만이다.
팀이 0-3으로 크게 뒤진 채 후반을 맞이했는데, 지동원은 후반 18분 추격의 시동을 거는 만회골을 도왔다.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며 차올린 공을 벤 벨라가 머리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이 득점은 이날 브라운슈바이크의 첫 유효 슛이기도 했다. 이날 킬에서 뛰는 국가대표 후배 이재성과 ‘코리언 더비’를 펼친 그는 모처럼 존재감을 발휘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팀은 더는 추격하지 못해 1-3으로 졌다.
승리는 따내지 못했지만 지동원에겐 매우 뜻깊은 공격포인트다. 지동원이 공식전에서 공격포인트를 올린 건 아우크스부르크 시절인 지난 2019년 3월2일 도르트문트전 멀티골 이후 정확히 700일 만이다. 도움을 기록한 건 그해 2월23일 프라이부르크전(1-5 패) 이후 처음이다. 또 지동원의 이번 도움은 유럽 커리어 통산 30번째 공격포인트로 기록됐다. 지난 2011년 6월 전남 드래곤즈를 떠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덜랜드 유니폼을 입은 그는 도르트문트~아우크스부르크~마인츠~브라운슈바이크를 거치면서 이전까지 20골9도움을 기록 중이었다. 이번에 통산 10번째 도움을 기록하면서 유럽 무대 1~2부리그 통산 공격포인트 30개째를 채웠다.
지난 시즌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마인츠로 적을 옮긴 그는 개막을 앞두고 프리시즌 평가전에서 무릎을 다쳐 정규리그 4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리고 이번 시즌에도 초반 부상 불운에 시달리다가 스쿼드에 복귀했는데, 리그 6경기에 교체로만 뛰며 단 57분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DFB 포칼에서도 1경기 교체로 투입돼 38분을 뛰었다. 즉 29일 브라운슈바이크로 적을 옮긴 뒤 하루 만에 치른 경기가 이번 시즌 한 경기 최다 출전 시간. 아직 팀에 녹아들지 못한 시점이지만 지동원은 추격의 디딤돌을 놓는 도움으로 제 몫을 해냈다.
무엇보다 1년 6개월 가까이 독일 무대에서 겉돌면서 국가대표팀에서 ‘잊힌 존재’가 된 지동원이다. 자연스럽게 K리그 복귀 등 국내로 돌아와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그의 주변을 맴돌았다. 그러나 전성기 나이에 어떻게든 유럽에 잔류해 경쟁하겠다는 지동원의 의지는 굳건했다. 자존심을 내려놓고 전격적으로 2부로 넘어간 그는 보란 듯이 첫 경기부터 제 가치를 증명하며 반전의 신호탄을 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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