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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봄은 ‘루키’의 계절이다.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치르는 평가전과 시범경기는 새얼굴이 팬들에게 선을 보이는 무대이기도 하다. 2017년 키움 이정후가 고졸 순수 신인왕에 이름을 올린 이래 지난해까지 4연속시즌 고졸 신인왕이 탄생했다. 이들도 고교시절부터 빼어난 기량으로 명성을 떨쳤고, 프로에서도 큰 시행착오 없이 생애 한 번뿐인 영광을 품에 안았다.
올해는 전국구 구단에 특급 신인들이 줄지어 입단해 루키의 계절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1985년 이순철(현 SBS해설위원) 이후 35년간 신인왕을 배출하지 못한 KIA도 특급 왼손의 등장에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겉으로는 “아직 고졸 신인인데다 정식 데뷔도 하지 않은 터라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며 보수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내심 메이저리그로 떠난 양현종의 빈자리를 60%라도 채워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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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고를 졸업하고 1차 지명으로 호랑이군단에 가세한 이의리는 두 차례 실전에서 4이닝 동안 안타를 단 한 개도 내주지 않았다. 삼진 4개를 솎아냈는데 사사구도 4개를 허용했다. 낯선 프로무대라 밸런스가 들쑥날쑥하지만 148㎞까지 측정된 빠른 공에 커브와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두루 구사했다. KIA 맷 윌리엄스 감독은 “구위가 좋다. 좌타자를 상대로 던지는 하이패스트볼은 전광판에 찍히는 구속보다 빠르게 느껴진다. 브레이킹볼도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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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과 오른손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이의리의 투구를 보면 지난해 신인왕 소형준(KT)이 떠오른다. 고졸 신인 답지 않은 차분함과 침착함에, 상하체 밸런스의 묘한 엇박자도 닮았다. 이의리는 정통 오버핸드로 보이지만, 상체가 옆으로 회전하는 유형이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타점이 높지 않고, 우타자 바깥쪽에 강점을 가진 투구폼을 갖고 있다. 지난해 혜성처럼 등장해 13승(6패)을 챙긴 소형준과 상체 움직임이 비슷하다. 빠르고 묵직한 구속에, 헛스윙을 이끌어내는 브레이킹 볼을 갖고 있다는 점도 공통 분모다.
소형준은 지난해 26경기에서 133이닝을 던졌다. 타선이 막강한데다 불펜 뒷받침이 좋아 13승에 3점대 평균자책점(3.86)으로 단순에 젊은 에이스 후보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14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치른 SSG와 평가전에서 1회초 만루홈런을 내주며 휘청했지만, 다른 이닝은 나무랄 데 없이 막아냈다. 지난해 경험을 자양분삼아 밸런스가 안맞을 때 스스로 풀어가는 요령을 터득한 것처럼 보였다. 타자들의 노림수를 파악해 볼배합을 바꾸는 영리함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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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데뷔시즌에 풀타임 선발로 연착륙한 소형준과 비교하면 이의리는 왼손이라는 희소성에 회전이 많이 걸린 148㎞ 이상 강속구를 던진다. 여기에 체인지업과 커브를 스트라이크존에 넣었다 뺄 수 있다면 소형준을 능가하는 성적을 거둘 가능성도 있다. 물론 KIA 타선과 불펜진이 지난해 KT를 능가해야 가능한 일이다.
윌리엄스 감독은 “이의리가 투구를 하면서 타자들을 읽는 습관을 익혔으면 한다”고 바랐다. 투구에 대한 타자의 반응을 살펴 힘으로 밀어붙일 때와 타이밍을 빼앗을 때를 구분하라는 의미다. 투수와 타자의 대결은 결국 타이밍 싸움이기 때문에 타자의 리듬을 변주할 여유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습득력이 빠른 이의리라면 2006년 류현진 이후 15년 만의 왼손투수 고졸 신인왕도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zzan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