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연합뉴스)

[스포츠서울 김선우기자]‘K할머니’ 윤여정이 전세계를 사로잡았다.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정이삭 감독)로 배우 인생 최고의 꽃을 피우게 됐다. 한국 배우들과는 연이 없으리라 여겨졌던 아카데미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연기상을 수상하며 새 역사를 썼다.

26일(한국시간) 진행된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 여우조연상의 영광은 이변없이 윤여정에게 돌아갔다. 이날 역시 윤여정은 재치 있는 수상소감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 55년의 연기인생은 배우 윤여정, 사람 윤여정 모두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미국에서 살았던 경험도 미국 진출을 하는데 큰 몫이 됐다. 유창한 영어로 건네는 위트 있는 수상소감 역시 윤여정의 전매특허다.

그리고 그 모든 매력이 농축돼 ‘미나리’에 고스란히 담겼고 개성 넘치는 ‘K할머니’가 탄생했다. 극중 손자 데이빗은 할머니 순자에게 “할머니 같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이처럼 윤여정이 만들어낸 순자는 기존에 한국 할머니들로 그려졌던 캐릭터들과는 다르다. 이 고유성이 전세계를 시선을 받게 된 키포인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도 이 점에 주목했다. 정 평론가는 “이번 아카데미 역시 ‘미나리’ 중에서도 특히 윤여정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며 “순자라는 캐릭터가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라서 할머니를 모델로 하고 있지만, 순자는 윤여정씨 본인이 해석한 할머니다. 그래서 윤여정의 모습이 더 많이 들어가 있다. ‘K할머니’로 불리는 캐릭터가 함의가 크다. 미국작품이면서도 한국 사회에서 이야기하는 할머니상, 어머니상, 여성상의 변화를 보여준 캐릭터기에 상징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나리 윤여정

이어서 “윤여정씨는 그간 연기에 정형성 탈피가 많았다. 데뷔도 ‘화녀’로 시작해서 외에도 드라마에서 파격적인 엄마, 할머니 역할도 많이 했다. ‘바람난 가족’, ‘죽여주는 여자’와 같이 영화에서도 꾸준히 새롭게 변화했다”며 “또 ‘미나리’는 여성서사가 돋보이는 작품인데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트렌드여서 잘 맞아 떨어졌다. 윤여정의 연기 인생과도 뗄 수 없는 작품이다. 이번 아카데미에서 인정 받은건 여러가지 의미가 있는거 같다”고 해석했다.

이와 같이 윤여정을 만나면 모든 캐릭터가 ‘윤여정화’ 되는데 ‘미나리’ 순자는 그런 윤여정에게 딱 맞는 옷이었던 것. 기본적인 모성애는 있는 인물이면서도 선입견을 벗어난 도트 무늬 원피스, 반바지 등 패션과 격투기를 보고 가사일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 쿨하고 사랑스러운 윤여정 표 ‘K할머니’가 탄생할 수 있었다.

‘미나리’를 국내로 수입, 배급한 판씨네마 백명선 대표 역시 “윤여정 배우는 외모도 그렇지만 목소리, 억양, 톤이 유니크 하다. 윤여정만의 개성이 있으면서도 자연스러움이 공존한다”며 “‘미나리’처럼 보편적적인 아름다움, 그 속의 개성이 윤여정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분석했다.

윤여정의 연기 꽃길은 계속된다. 차기작으로 선택한 애플TV 드라마 ‘파친코’를 위해 캐나다 촬영분을 소화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 다시금 아카데미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한 것. ‘파친코’에서는 어떤 변신으로 전세계를 놀라게 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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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주)판씨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