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미란다 \'만루에 볼넷을 주다니\'
두산 아리엘 미란다가 지난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전에서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최민우 기자] 두산은 왼손 외국인 투수와 인연이 없는 걸까. 아리엘 미란다(32)가 좀처럼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미란다는 좋은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차이가 극명하다. 빼어난 구위와 빠른 구속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날이 있고, 극심한 제구 난조로 와르르 무너지는 날이 있다. 한 경기 호투를 하면, 다음 경기 투구 내용이 좋지 않다. 김태형 감독은 미란다를 두고 “좋았다가 안 좋았다가 한다”며 아쉬워하면서 “마운드 위에서는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사령탑의 바람에도 미란다는 자신의 장점을 살릴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3경기에서 전패다. 지난 6일 잠실구장에 열린 LG와 어린이날 시리즈에 등판한 그는 4이닝 동안 6실점하며 강판됐다. 볼 컨트롤이 되지 않으며 6볼넷을 허용, 위기를 자초했다. 그러나 12일 잠실 키움전에선 다른 모습의 미란다가 등판했다. 6이닝 1실점으로 시즌 두 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실점 이하 투구)를 기록하며 호투했다. 비록 타선의 침묵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지만 반등의 여지는 남겨뒀다. 하지만 다시 19일 수원 KT전에서 4이닝 8안타 2볼넷 4실점으로 부진했다. 3회에 5연속 타자 출루를 허용해 3실점했고 4회엔 이홍구에게 홈런, 강백호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는 등 위기 상황에서 대처하지 못했다.

두산은 왼손 외국인 투수와 인연이 많지 않다. 2010년대엔 단 두 차례. 2010시즌 레스 왈론드와 2013시즌 게릿 올슨이 전부다. 왈론드는 낙차 큰 커브를 무기로 삼았지만 정규시즌 성적은 29경기 7승 9패로 부진했다. 올슨은 10경기에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6.52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방출됐다. 앞서 2009년 육성형 외국인 투수 후안 세데뇨도 함께 했지만 28경기 4승 7패 평균자책점 5.70을 기록했다. 영입 당시 147㎞에 달하는 빠른공과 낙차 큰 커브가 주무기라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두산에는 왼손 투수가 많지 않아 세데뇨의 역할이 중요했다. 그러나 KBO리그 적응 실패로 씁쓸하게 퇴장했다.

두산은 최원준을 제외한 국내 선발진 고민이 해결되지 않았다. 절대적으로 외국인 원투펀치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나마 워커 로켓은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미란다는 그렇지 못하다. 미란다가 앞선 외국인 왼손 투수와 다르게 반등을 해낼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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