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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안은재기자]‘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가 언제 어디서나 꺼내 볼 수 있는 스낵같은 매력으로 시트콤 귀환을 알렸다.
넷플릭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이하 ‘지구망’)가 다문화 시트콤이라는 신(新) 장르를 개척했다. ‘지구망’은 국제 기숙사를 배경으로 그곳에 거주하는 학생들의 사랑과 우정을 담은 시트콤이다. 이제는 시트콤이라느 장르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지만 OTT(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만나 다시 부활했다. ‘지구망’은 ‘남자 셋 여자 셋’, ‘논스톱’ 시리즈를 연출하며 시트콤 전성기를 이끌었던 권익준PD와 ‘하이킥’ 시리즈의 조연출이자 ‘감자별’ 김정식PD가 의기투합했다. 박세완, 신현승, 영재 뿐만 아니라, 민니, 한현민, 요아킴 카슨, 테리스 브라운 등 다국적 배우들이 출연해 훌륭한 한국어 실력을 뽐내며 신선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지구망’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후 태국에서는 2위를,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톱10에 들며 화제성을 입증했다.
‘지구망’ 권익준 PD는 “한국에 오는 친구들은 정말 다양하다. 오는 목적도 다양하고 정말 한국 문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늘었다”면서도 “하지만 한국 젊은이들은 헬조선, 7포 세대 등 다른 나라에 가서 살고 싶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외국 젊은이들은 한국에 오고싶어 하는데 한국 젊은이들은 한국을 떠나고 싶어 한다. 이런 배경을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지구망’에는 꼰대 미국인이 된 카슨 앨렌, 스웨덴 국적 방송인 요아킴 소렌센은 계량한복을 입고 다니는 유교보이 ‘한스’로 분했으며 미국 국적 테리스 브라운은 카사노바 ‘테리스’로 분해 큰 웃음을 선사했다. 김정식PD는 “한국말을 잘 하고 또 연기까지 되는 젊은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면서 “모국어가 아니라 한국말로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배우들의 노력 덕분이었다. 연습도 많이 했고 고생도 많았다”고 곰곰이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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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구망’과 같은 시트콤들이 OTT를 만나 날개를 펴고 있다. 안방극장에서 찾기 어려워진 시트콤이 OTT에서 새로운 발돋움을 하고 있는 것. ‘지구망’ 뿐만 아니라 배우 김성령이 출연하는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는 국내OTT 웨이브에서 제작 중이며 올 하반기 공개 예정인 ‘맛있는 녀석들, 만드는 녀석들’도 여러 OTT와 협상 중이라고 알려졌다. 권PD는 “사전 제작을 하고 12회를 한꺼번에 공개하니 ‘잘 하고 있는 건가’하는 불안감도 있었다. 하지만 일주일 동안 이야기를 만들면서 물리적, 시간적으로 할 수 없었던 것들을 (사전제작을 통해)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면서 “시트콤은 매회 에피소드가 다르다. 내가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꺼내 먹는 스낵같은 거다. 지하철이나 대중교통에서 하나 씩 꺼내볼 수 있기에 OTT와 더 잘 맞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지구망’은 다문화 배우들이 한국 문화에 잘 녹아든 모습을 나타낸데다 전세계 동시 공개이기 때문에 어찌보면 조심스러운 점들도 존재했을 것. 권PD는 “기획단계에서 글로벌적인 보편성에 대해 고민했다. 세계 어떤 문화권에서 봐도 불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양성 부분에서 빠트린 게 없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수를 하더라고 저희가 적극적으로 해명할거다”라면서 “코미디는 국경을 넘어가면 재미가 아주 떨어진다. 감독님이 보편적인 재미를 하자고 해서 쉬운 코미디를 많이 추진했다. 시트콤 생명은 코미디니까 그게 해외 시청자들에게 잘 수용됐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또 한국 시청자들에게는 “새로운 배우들에 대한 관심 등을 기대한다”면서 “다양성, 편견, 차별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이슈이고 한국은 콘텐츠를 수출하는 나라다. 한국 문화 내에서 개방성에 대한 부분, 다양성에 대한 부분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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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촬영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로 한현민 배우가 머리를 미는 장면을 꼽았다. 김정식PD는 “현민이가 군대를 가기 위해 머리를 미는 씬이 있다. 현민이에게 ‘머리를 밀 거야’ 라고 말했더니 그러겠다고 하더라. 기회가 한 번밖에 없어서 심혈을 기울여 찍어야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권익준PD도 “배우들의 성장을 볼 수 있다”면서 “1회부터 마지막회까지 캐릭터를 소화하고 한국말, 연기를 잘 해가는 게 보인다. 캐릭터에 빠져들면 이야기가 재밌다. 끝까지 보면 재밌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