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AND BELARUSIAN SPRINTER KRYSTSINA TSIMANOUSKAYA
폴란드로 망명한 벨라루스 육상 선수 크리스치나 치마노우스카야. 바르샤바 | EPA연합뉴스

OLYMPICS-2020/BELARUS
2020도쿄올림픽 기간 폴란드로 망명한 벨라루스 육상 선수 크리스치나 치마노우스카야가 ‘난 그냥 뛰길 원한다’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들고 있다. 바르샤바 | 로이터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이용수기자] 2020 도쿄올림픽 기간 망명 소식을 전한 벨라루스 육상 선수 크리스치나 치마노우스카야(24)가 폴란드에 안착했다.

치마노우스카야는 이번 대회를 통해 인생을 극적으로 바뀌었다. 육상 100m와 200m가 주 종목인 그는 벨라루스 육상 대표팀 관계자로부터 ‘1600m 계주에 출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하지만 4년간 땀 흘려 대회를 준비한 선수에게는 뚱딴지같은 소리일 수 있다.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해 컨디션 관리를 하고 있을 때 갑작스럽게 출전 지시를 내린 것이기 때문에 치마노우스카야는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벨라루스 육상 대표팀 관계자를 비판했다.

그러나 벨라루스는 올림픽 기간 중이지만 불합리를 입 밖으로 내뱉은 치마노우스카야의 강제 귀국을 결정했다. 모든 게 갑작스럽게 내려진 결정이었다. 치마노우스카야는 40분 만에 선수촌을 나와 공항으로 가야 했다. 하지만 벨라루스 본국에 있는 할머니로부터 ‘절대 이곳으로 돌아오지 말라’는 메시지를 받은 치마노우스카야는 기지를 발휘해 인생을 극적으로 바꿨다. 그는 바로 옆에 벨라루스 관계자가 있었지만 공항에 있는 일본 경찰에게 휴대전화 번역기를 동원해 ‘이들에게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12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AP통신과 인터뷰에 응한 치마노우스카야는 “단 하루 만에 인생이 달라기도 한다”며 그날을 떠올렸다. 그는 “‘빨리 짐을 싸라’는 벨라루스 관계자의 지시를 받고 일본 나리타 공항으로 향했다”라며 “도움을 청한 일본 경찰이 나와 벨라루스 관계자를 분리했다. 처음으로 안정감을 느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망명을 희망한 치마노우스카야는 오스트리아 빈을 거쳐 폴란드에 도착했다. 그의 남편 역시 우즈베키스탄을 통해 폴란드에서 만났다. 치마노우스카야는 “내가 유일하게 불안감을 느끼는 곳은 벨라루스”라며 “폴란드에서는 내 안전을 확신할 수 있다. 이곳에서 계속 육상 선수로 뛰고 싶다”라고 희망했다. 그러면서도 “벨라루스에서도 모두가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자유와 평화가 찾아왔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purin@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