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 이동국

[스포츠서울 | 김선우기자] 코트와 그라운드 위를 누비던 스타 플레이어들이 이제는 ‘스포테이너(스포츠 선수 출신의 예능인을 뜻하는 신조어)’로 유쾌한 인생 2막을 열고 있다.

과거 강호동, 안정환, 서장훈 등 각 종목을 대표하는 스포테이너들이 있다. 이제는 TV를 틀었다 하면 스포테이너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만큼 스포테이너가 우리 일상에도 깊숙하게 자리잡았다.

가장 큰 활약상을 펼치는 이는 단연 허재다. 영원한 ‘농구 대통령’이자 카리스마 넘치는 농구 감독이었던 허재의 예능 진출은 당시에만 해도 물음표였다. 과연 허재가 예능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지 관건이었다. 하지만 허재는 코트 위 카리스마를 내려놓고 사람 좋은 ‘아재 미소’와 솔직한 매력으로 단숨에 예능계가 사랑하는 스포테이너로 급부상했다.

JTBC ‘뭉쳐야 찬다’에서는 농구 실력과는 다른 허당기 넘치는 축구 실력을, ‘해방타운’에서는 어딘가 미숙해 보이지만 감각있는 싱글 라이프로 눈길을 끌었다. 이뿐 아니라 MBC ‘안싸우면 다행이야’, MBN ‘자연스럽게’, SBS ‘정글의 법칙’과 같이 자연 속에서 생활하는 소탈한 매력으로 인간미를 더했다. 이 외에도 MBC ‘부러우면 지는거다’, SBS플러스 ‘외식하는 날2’, SBS ‘티키타카’ 등에도 출연했다. JTBC 드라마 ‘18어게인’에는 특별출연해 배우로도 깜짝 데뷔하기도 했다. JTBC ‘뭉쳐야 쏜다’에서는 감독으로 분하며 다시금 ‘농구 대통령’의 진가도 발휘했다.

또 허재는 현역 농구선수로 활약 중인 아들 허웅, 허훈과의 예능 나들이를 함께 하며 ‘코삼부자’의 활약상을 펼쳤다. 스포테이너들 중에서도 삼부자가 모두 예능에서 활약하는 경우는 드물기에 이들이 함께 예능에 떴다 하면 주목을 받았다. 허재는 피자, 숙취해소제 등 스타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광고까지 섭렵하고 있다.

농구에 허재가 있다면 축구에는 최용수, 이동국이 있다. 이들 역시 선수 시절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였지만 예능에서는 새싹 수준이다. 최용수는 개성 넘치는 해설로 먼저 주목을 받았다. 이후 예능까지 진출해 SBS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는 축구 감독으로 변신했다. 최근에는 TV조선 ‘와카남’에도 출연해 아내 전윤정 씨와의 일상을 공개했다. 예능의 기세를 몰아 SBS에서는 2020 도쿄 올림픽 축구 해설위원으로 활약했다.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오남매의 슈퍼맨으로 육아를 공개했던 이동국은 은퇴 후 본격 예능인으로 거듭났다. 다둥이 아버지의 경험치로 E채널 ‘맘 편한 카페1, 2’에서는 MC로 데뷔했고, JTBC ‘뭉쳐야 쏜다’, TV조선 ‘골프왕’으로는 각각 농구, 골프 등 새로운 종목에 도전했다. 최근 방송을 시작한 JTBC ‘뭉쳐야 찬다2’에서는 감독 안정환과 함께 코치로 변신했다.

이들 외에도 야구 박용택, 심수창, 윤석민과 유도 조준호, 농구 전태풍, 축구 백지훈, 펜싱 구본길 등 다수의 스포츠 선수들이 예능에서 활약 중이다. 최근 들어 이들이 설 수 있는 다수의 스포츠 관련 예능들도 탄생하면서 더욱 큰 시너지를 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역 선수들에게는 본업 종목에 대한 홍보도 동반되고, 은퇴 선수들에게는 지도자 뿐 아니라 새로운 인생 2막이 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너무 많은 스포테이너들의 급증으로 방송가에서 살아 남는 인원은 한정될 수밖에 없다. 예능인으로서의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sunwoo617@sportsseoul.com

사진 | 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