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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용이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진행된 ‘UFC 스포츠 트렁크 쇼’에서 실물 크기의 UFC 챔피언 벨트를 들어 보이고 있다. 뒤로 프란시스 은가누, 아만다 누네스 등 현 챔피언들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글·사진 | 이주상기자] “짜장면집 아들이 짜장면을 먹지 않듯이 수영장에는 근처에도 안 가요.”

언제나 그렇듯 명랑했다.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도산공원에서 ‘UFC 스포츠 트렁크 쇼’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세계적인 스포츠 단체로 인기를 끌고 있는 UFC가 한국의 의류업체인 신한코리아와 손잡고 론칭한 행사였다. 이 자리에는 UFC 미들급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이언 터틀’ 박준용(30)이 초대돼 팬들과 함께 자리했다.

올해 박준용은 UFC에서 1승 1패를 기록했다. 3연승을 달리며 한국 선수 최초로 UFC 4연승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지난 10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에서 그레고리 로드리게스에게 KO패했다. 박준용이 앞서가는 상황에서 성급하게 공격하다 카운터에 걸려 애석하게 진 한 판이었다.

“인생이 다 그렇듯이 올해 한번 웃었고, 한번 울었다”라며 환한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를 시작한 박준용은 “패배한 경기지만 배울 것이 많았다. 경기 운영을 비롯해 정신적인 부분 등 나를 성숙하게 만든 경기였다. 내년에는 두 차례 이상 케이지에 오르는 것이 목표다. 더 발전된 모습과 실력으로 팬들 앞에 서겠다”라며 각오를 전했다.

로드리게스와의 경기는 랭킹진입의 교두보가 될 기회였다. 이전까지 3연승을 거두고 있어 UFC 관계자들의 관심이 컸다. 박준용은 “지지 않았으면 랭킹진입에 청신호가 켜졌을 테지만 인생이 내 마음대로 풀리는 것이 아니니까 후회는 없다. 최선을 다한 경기였지만 패배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더 열심히 하는 것뿐”이라며 담담 해했다.

박준용은 내년이면 31살이 된다. 결혼을 생각할 나이지만 아직 큰 뜻은 없다. 같은 팀의 후배이자 절친인 정다운(27)이 결혼해 아이를 낳고 알콩달콩 사는 것이 부러울 법도 하지만 박준용은 “아직 결혼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 (정)다운이는 결혼도 하고 가정도 잘 꾸려 나보다 어른이다. 난 계속 애처럼 살고 싶다”라며 웃었다.

하지만 ‘이상형은 첫눈에 반하는 여자’라며 귀띔을 했다. 저돌적인 공격 스타일로 팬들의 사랑을 받는 박준용은 로드리게스와의 경기도 ‘Fight of the Night’로 선정되며 화끈함을 다시 한번 인정받았다. 수많은 명경기가 팬들을 스쳐 간 올해, 박준용은 지난달 열린 UFC 268의 메인이벤트인 저스틴 개이치와 마이클 챈들러의 경기를 올해의 대결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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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용이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진행된 ‘UFC 스포츠 트렁크 쇼’에서 선보인 새로운 사인. 이전에는 단순히 이름만 나열한 단순한 형태였지만 새로 바뀐 사인은 화려해 눈길을 끌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박준용은 “두 선수의 경기는 배울 점이 많았다. 승자든 패자든 불꽃 같은 투지는 선수들에게 꼭 필요한 점이다. 또한 일급 선수다운 위기 상황 대처 능력도 뛰어났다”라며 엄지척했다. 특히 박준용은 개이치의 임기응변을 장점으로 꼽았다. 박준용은 “개이치의 뛰어난 점은 고집하지 않는 것이다. 상대에 맞게 자신을 변화시키는 유연함이 있다”라며 “톱컨텐더 토니 퍼거슨과 경기할 때 자신의 스타일을 완전히 버리고 코치의 작전을 따랐다. 냉철함과 열린 마음은 배울 자세”라며 힘주어 말했다.

박준용은 어렸을 때부터 ‘수영 영재’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수영에 뛰어났다. 여러 대회에서 입상하는 등 빼어난 실력을 뽐냈다. 전신 운동인 수영이 체력단련에 적합할 것으로 생각됐지만 박준용은 손사래를 쳤다. 박준용은 “짜장면집 아들은 짜장면을 먹지 않는다. 질렸기 때문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수영장 냄새만 맡아도 울렁거릴 정도”라며 “축구를 좋아한다. 격투기 시합이 정해지면 격투기에 집중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항상 축구를 한다. 동호회에서는 포워드와 링을 맡고 있다. 체력훈련에는 축구가 최고다”라며 웃었다.

한 해가 가고, 한 해가 오는 시점에서 팬들에게 당부의 말도 전했다. 박준용은 “올해는 많은 사람이 코로나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다. 내 주변에도 그런 분들이 많아 안타까웠다. 내년에는 코로나를 극복해 팬들이 좀 더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했으면 좋겠다”라며 덕담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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