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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스토브리그가 뜨겁다. 프리에이전트(FA) 몸값은 100억원을 넘어서기 일쑤(계약자 7명 중 3명)고, 빅리그나 일본프로야구 경험을 쌓은 외국인 선수들의 계약 소식도 속속 들려 온다. 구단별 전력보강 움직임이 과열 경쟁 양상이다.

2018~2019년부터 KBO리그는 너도나도 육성을 외쳤다. 2군 전용 구장 건립이 당연한 일이 됐으니 제대로 한 번 키워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후(23·키움) 강백호(22·KT) 등 젊은 스타들이 등장했지만, 구단이 자체 시스템으로 키워낸 선수로 보기는 어렵다. 육성을 외치기 전부터 KBO리그는 소수의 천재로 명맥을 이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토]LG 트윈스 스프링캠프, 에이스 켈리
LG 외국인 투수 켈리가 17일 경기도 이천 LG 챔피언스파크에서 진행된 2021 LG 트윈스 스프링캠프 중 캐치볼을 하며 몸을 풀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서울의 한 고교 야구부 학부모는 “학교에서는 아무것도 배우지 않는다. 배울 수 없는 구조”라고 하소연했다. 정부의 공부하는 학생선수 기조에 맞춰 학생선수들을 교실 안으로 몰아넣었다. 수업을 마친 뒤 훈련을 해야 하는데, 보충수업, 과제 등을 하려면 선수들이 다 모이지도 못한다. 기초 체력훈련은 커녕 팀 훈련도 못 하는 실정이다. 짧은 시간에 훈련효과를 극대화해야 하니 대회에 맞춘 ‘속성 기술훈련’이 전부다. 프로 지명은 바늘구멍보다 좁으니 “공부하지 말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

프로에 지명될 만한 기대주는 그래서 사설 아카데미를 찾는다. 그런데 유명 아카데미는 등록 경쟁이다. 프로 출신이 운영하면서 ‘잘 가르친다’고 입소문이 난 몇몇 아카데미는 대기번호를 받고 기다려야 한다. 학생 선수들도 동영상 채널 등으로 수많은 정보를 접한 터라 자신의 야구관에 맞는 코칭을 받고 싶어 한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아카데미 가운데에도 이른바 ‘취업반’을 운영하려면 전문 커리큘럼을 갖춰야 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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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 기아 챌린저스필드의 전경. 제공=KIA 타이거즈

인천에서 아카데미를 운영 중인 한 대표는 “학생 선수들 특히 프로 입문을 노리는 고교 선수들은 기초체력이 매우 약하다. 아주 기본적인 체력훈련도 버거워한다.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술은 소용없다. 프로 2군 수준의 훈련 프로그램을 적용하는데, 워밍업 단계에서 모두 지친다”고 말했다.

이 얘기를 들은 학부모는 “학교에서는 도대체 무엇을 가르치는가”라며 “프로 진출, 대학 진학 등 선수별 목표에 맞게 학업과 운동의 밸런스를 맞출 교육 커리큘럼이 필요한데, 획일화된 교육만 강요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도권 교육을 떠나 대안학교나 방송통신고 등에서 직업 선수의 꿈을 좇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야구계 전체로 볼 때 대단한 모순이다. 프로에서는 기본기를 갖춘 유망주 발굴에 어려움을 겪는데, 학교에서는 기본기를 가르칠 여력이 없다. “프로 선수가 캐치볼도 제대로 못 한다”는 얘기는 더는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검증된 베테랑들이 FA 몸값 100억원을 웃도는 게 즉흥적인 과열이 아니라는 의미다. 심지어 외국인 선수도 몸값 100만달러 상한선에 걸려 있으니 리그 질은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

[포토]  2020 KBO 2차 신인드래프트, 모자의 주인공
KBO 2차 신인드래프트.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어차피 선수 영입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면, KBO리그 차원의 육성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프로축구의 유스 시스템처럼, 고교 레벨까지 각 구단이 선수를 육성하는 방식이다. 야구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실질적인 교과 커리큘럼을 개발해 선수와 프런트를 모두 길러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우리가 투자하고 남이 쓰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라고 주장하는 구단도 있겠지만, 한국 스포츠 전체로 시선을 넓혀야 한다. 우물 안 개구리로 안주하다가는 공멸할 수밖에 없다. 이미 그렇게 사라진 프로스포츠가 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