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프랜차이즈스타 이탈의 시대다. 팬들의 허탈감이 주요 커뮤니티를 넘어 현실 시위로 이어지고 있다. 물론 상수로 여기던 선수가 빠져나간 사령탑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올해 971억원을 쏟아부은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계약한 14명 중 6명이 팀을 옮겼다. 이적생의 면면이 화려하다. 국가대표 외야수로 공수주를 모두 갖춘 나성범(NC→KIA) 박건우(두산→NC) 손아섭(롯데→NC)이 팀을 옮겼다. 명품수비로 중원을 장악하는 박해민도 이적(삼성→LG)을 결정했다. 리그 최고 거포로 손꼽히는 박병호마저 키움을 떠나 KT에 둥지를 틀어 그야말로 광풍을 일으켰다.
|
프랜차이즈스타는 프로스포츠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가치다. 미국에서는 1900년부터 사용된 용어로 딕슨 야구사전을 인용하면 ‘젊고 성공적인 팀을 구성할 수 있는 우수한 선수, 프랜차이즈(연고지)에 상당한 부가가치를 주는 선수’ 정도 의미를 지닌다. 입단 후 최정상급 선수로 성장하면서 동시에 팀을 우승으로 이끌거나 최고 인기구단으로 견인한 선수가 사전적 의미의 프랜차이즈스타로 볼 수 있다. 1950년대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와 메츠에서 활약한 미키 맨틀과 윌리 메이스 등이 대표적인 프랜차이즈스타의 원조격으로 꼽힌다.
‘○○구단의 심장’으로 불리며 팀의 중추 역할을 하던 선수가 떠나면 팬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구단과 선수는 비즈니스 관계로 얽혀있는데다 합당한 대우를 받고 공식적으로 팀을 선택해 옮길 수 있는 유일한 도구인 FA권리를 포기할 수도 없다. 어쨌든 팬은 이기는 경기를 보고 싶어하고, 응원하는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을 일궈내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것을 원한다. 팀 성적이 좋아야 팬도 늘고, 구단 수익도 증가한다. 팀 성적을 담보할 수 있는 대형 선수를 웃돈을 주고서라도 데려오는 것은 프로스포츠에서 당연한 일이다.
|
그래도 FA 평균 몸값이 4년 74억원 수준은 KBO리그 산업 규모로 볼 때 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팀 전력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는 연평균 10억원 규모로 매년 교체할 수 있다. 그러나 경기 흐름과 팀 문화를 바꿀 수 있는 대형 선수는 한정적이다. 각 구단이 대형 선수를 육성시키지 못하는 프로세스상 문제도 있지만, 얕은 저변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개선될 여지는 많지 않아 보인다. 프랜차이즈스타의 이적은 앞으로도 적지 않은 팬의 눈물을 빼낼 것으로 전망된다.
팬의 허탈감을 조금이라도 줄일 방법이 있을까. 핵심은 프랜차이즈스타를 대체할 젊은피가 꾸준히 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느냐이다. 단순한 저변확대의 문제가 아니라 이른바 ‘로컬 감성’을 공유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가령 초등학교 때부터 두각을 나타낸 ‘○○의 아들’이 해당지역 프랜차이즈 구단에 입단해 팬과 함께 성장하는 그림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야구 꿈나무에서 고교야구 스타, 해당 연고지 프로팀의 프랜차이즈로 성장하는 문화는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낯선 장면이 아니다.
|
미국이나 일본은 지역 야구팀이 전국대회 진출권을 획득하면 잔치가 열린다. 어린 선수들이 야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역 커뮤니티 사회에서 십시일반 도움을 준다. 성장하는 선수도 “동네 주민들 덕분에 프로야구 선수로 꿈을 키울 수 있었다”는 얘기를 일상적으로 한다. 선수 한 명이 성장하는 과정을 모두 지켜본 지역민은 해당 선수가 어느 팀에 가더라도 리그 최고로 성장하면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프랜차이즈스타의 개념보다 더 넓은 의미의 스타가 탄생할 동력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우리동네 야구스타’가 전국구 스타로 성장하는 문화가 뿌리를 내려야 한다. 안타깝게도 국내 아마추어 야구에는 시·도 대항전, 지역별 라이벌전 등의 대회가 사라진지 오래다. 감성주의를 표방하는 KBO리그의 정체성을 고려하면 ‘로컬 감성’을 문화로 발전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어쨌든 야구선수는 팬들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
zzang@sportsseoul.com